여야정 국정협의체, ‘광장 여론’에 밀리나

2025-02-10 13:00:15 게재

국민의힘, “실무회담 먼저” 연기 요구

민주당 “극우집회 말고 회의 나오라”

반도체법·추경 등 민생 경제정책을 논의하기 위한 여야정 국정협의체 개최가 불투명해졌다. 국민의힘이 의제 조율을 위해 ‘일정 연기’를 요구하자 더불어민주당은 “어깃장을 놓고 있다”며 반발했다. 여야 공감대에도 불구, 정치적 결단을 내리지 못한 현안을 대표단 논의로 출구를 찾아보려는 당초 의도가 흔들리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10~11일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이재명 민주당 대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참여하는 국정협의체를 열기로 지난 4일 합의했다. 반도체법·추경 편성·연금개혁안 등 민생·경제 정책 현안을 논의해 2월 임시국회에서 성과를 내자는 공감을 기반으로 여야의 전향적 참여를 끌어내자는 취지였다. 특히 실무단위 논의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만큼 대표 차원의 정치적 결단을 통해 협력의 출구를 찾자는 국회의장의 제안에 여야가 화답했다는 측면에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지난 7일 국민의힘이 회담 연기를 요청하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국민의힘은 이날 민주당이 반도체특별법과 국민연금 개혁 등에 일방적인 입장을 발표했다면서 4자 회담을 연기하자는 입장을 의장실에 전달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전날 반도체특별법에서 ‘주 52시간 예외 조항’을 빼자는 입장을 보인 데 대해 “노동계 반발이 심해지자 이 대표가 기존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이라고 했던 이 대표의 발언도 결국 거짓이었음이 증명됐다”고 비판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추경 편성과 관련해서도 “주 52시간 근로 예외를 인정할 수 있는 반도체특별법, 연금특위에서 연금개혁안을 논의하기로 결정되는 시점에 추경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며 “추경 필요성은 여야가 공감하지만, 선행 의제를 정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개혁안과 관련해서도 민주당이 복지위에서 모수개혁을 강행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을 문제 삼았다. 김상훈 정책위 의장은 “여야정 국정협의체 개최를 약속한 지 이틀 만에 (주요 의제를) 민주당 마음대로 할 생각이었으면 협의체는 왜 하자고 이야기한 건가”라며 “실무협의서 교통정리를 하고 국정협의회 일정을 잡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회담을 피하려는 어깃장을 부리고 있다”며 반발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입장문을 통해 “양당의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지도부가 국정협의회 본회담에서 논의해 타결해보자는 것이 지난 실무회담의 합의이거늘 이를 파기하고 연기를 요청한 데 대해 거듭 유감”이라고 주장했다. 진성준 의장은 “반도체특별법 처리 후 추경을 논의할 수 있다는 국민의힘의 연계전략도 납득할 수 없지만 추경을 연금개혁특위 설치와도 연계하는 듯한 태도는 더욱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은 추경과 반도체특별법 등 미래산업 입법이 서로 연계될 수 없고 시급히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고 설명했다. 반도체특별법의 미타결 세부 쟁점은 계속 논의하되 합의 사항을 중심으로 우선 입법하고, 국민연금 모수개혁은 복지위에서 우선 처리하고 구조개혁은 연금특위를 설치해 논의해 나가자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 한민수 대변인은 9일 “국민의힘 의원들은 자꾸 극우 집회 현장에 가고,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을 알현하기 위해 구치소에 찾아간다”며 “집권당이라면 국정협의체에 성실히 임해야 맞다”고 했다.

이명환·박소원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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