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직전 내몰린 가자지구 휴전

2025-02-12 13:00:06 게재

네타냐후 “인질 석방 안되면 교전 재개”… 트럼프 “가자 미국 권한 아래 둘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수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내고 어렵게 성사된 가지지구 휴전합의가 붕괴직전까지 내몰렸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1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향해 “오는 15일 정오까지 인질 석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가자지구 휴전이 끝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의 합의 위반을 이유로 인질석방 보류를 주장한 하마스에 대한 최후 통첩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오후 영상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최종적으로 격파될 때까지 강도 높은 교전을 재개하겠다”며 이런 방침이 안보내각에서 만장일치로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하마스가 합의를 어기고 인질을 풀어주지 않겠다고 발표한 데 따라 어제 가자지구 안팎에 병력을 집결할 것을 군에 명령했다”며 “이 작전은 현재 진행 중이며, 가능한 한 빨리 마무리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스라엘군과 휴전한 이후 팔레스타인 주민 92명이 숨졌다고 11일 주장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성명에서 지난달 19일 가자지구에서 휴전이 발효한 뒤 이날까지 이스라엘군의 직접적인 공격으로 92명이 사망하고 822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북부 주민의 귀향을 늦추고 민간인에게 발포하는가 하면 연료와 텐트 등 구호품 전달을 가로막는 등 휴전 합의를 어겼다며 15일로 예정됐던 인질 석방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하마스 군사조직 알카삼여단의 아부 오베이다 대변인은 10일 텔레그램 성명에서 “지난 3주간 적(이스라엘)이 합의 조건을 지키지 않는 것을 지켜봤다”며 “그들은 가자 북부 주민의 귀환을 늦추고 총을 쐈으며, 가자지구 여러 지역에서 구호품 지급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자휴전이 벼랑끝 위기로 몰리면서 휴전을 막후 조정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가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하마스를 향해 “15일까지 인질석방을 하지 않으면 휴전을 취소할 수도 있다”면서 “온갖 지옥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발표해 국제적으로 큰 논란을 불렀던 ‘가자 구상’ 즉 미국이 가자지구를 인수 및 개발한다는 방침에 대해서도 거듭 확인했다. 그는 11일 백악관에서 열린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의 회담에서 가자구상을 재차 강조하면서 가자지구 주민 수용을 요르단에 압박했다. 그는 회담에 앞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이 가자지구를 어느 권한(authority) 하에 둘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미국의 권한”이라고 답한 뒤 현지에 호텔, 사무실 빌딩, 주택 등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우리는 (가자지구를) 살(buy) 이유가 없다. 사지 않을 것이며, 가질 것”이라고 밝힌 뒤 가자지구 개발을 통해 중동 지역에 평화와 일자리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주민 이주와 관련해서도 “요르단과 이집트의 일부 땅과 그외 다른 지역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요르단에 가자 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 수용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요르단과 이집트에 많은 자금을 기여한다”며 “우리는 협박을 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 수준을 뛰어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은 2023회계연도(2022년 10월~2023년 9월)에 요르단에 17억달러(약 2조5000억원), 이집트에 15억달러(약 2조2000억원)의 원조를 제공한 바 있다. 요르단과 이집트에 대한 원조를 언급한 것 자체가 압박이 될 수 밖에 없다.

압둘라 2세 국왕은 트럼프의 가자지구 개발 구상에 대해 “나는 우리가 이집트와 아랍 국가들의 계획이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집트가 (트럼프 대통령 구상에) 어떻게 협력할지에 대한 계획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가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일은 암에 걸리거나 매우 아픈 가자지구의 아이 2천명을 최대한 신속히 요르단으로 데려오는 것”이라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아름답다”고 화답했다.

이날 압둘라 국왕은 기자들 앞에서 트럼프 구상에 대해 의견 표명을 피했지만 실제 회담에서는 자국내 반발 기류를 전했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가자 주민을 가자 지구 밖으로 영구 이주시키는 구상에 대해 이스라엘을 제외한 중동 전체가 반발하고 있는 양상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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