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분권개헌, 국민 참여가 성공 열쇠
정치권 유·불리 앞서 공감대 확산 필요
국민개헌운동 등 시민사회 움직임 눈길
12.3 내란사태로 촉발된 개헌 논의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지방자치단체들이 오랫동안 요구해온 자치분권 개헌 논의에도 불이 붙었다. 하지만 지금의 개헌은 정치권의 유·불리에 따라 제안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개헌 논의가 추진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참여와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추진 중인 국민주도 개헌운동이 눈길을 끄는 이유다.
12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서울시·서울연구원 주최로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를 열었다. 오 시장은 이 자리에서 “중앙집권적 구조로 인해 지역 간 불균형과 지방소멸이라는 현실적 과제는 단순히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저해하는 근본적인 도전 과제”라며 지방분권 개헌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는 야권 유력 대선후보의 개헌 요구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또한 안철수 의원을 비롯한 여권 중진의원들이 대거 참석하면서 ‘개헌연대’ 가능성도 보여줬다.
오 시장 뿐 아니라 국민의힘 소속 시·도지사들은 한 목소리로 지방분권 개헌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지난해 12.3 비상계엄 직후 ‘분권형 개헌’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 지사는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개헌을 요구하며 국회에서 1인시위를 벌이는 등 오랜 기간 분권개헌 요구를 이어오고 있다.
이 밖에 박형준 부산시장, 김진태 강원지사, 김태흠 충남지사 등도 12.3 내란사태 수습 대책으로 지방분권 개헌을 주장하고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시도지사협의회 차원의 개헌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시도지사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유 시장은 3월 중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안’ 초안을 마련해 공개하고 이를 공론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17개 시·도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
유 시장은 “지역의 민생과 경제를 지켜온 지방정부의 중요성은 계엄선포와 탄핵정국 등 정치적 혼란기를 겪으면서 다시 한번 확인됐다”며 “중앙과 지방의 수평적 협력관계 구축을 위한 지방분권형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야권에서도 분권개헌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김두관 전 민주당 의원은 11일 광주를 찾아 “4년 중임제로 권력을 분산하고 지방소멸을 막을 수 있는 분권형 개헌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최소한 원포인트 개헌을 통해 권력 구조를 바꾸고 1년 정도 잘 준비해 내년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에 부쳐 7공화국 헌법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도 분권개헌 요구에 힘을 보탰다. 김동연 경기지사도 분권 개헌에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야권의 개헌 요구는 여권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개헌 논의가 12.3 내란사태 책임회피용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가 대개혁을 위한 개헌 필요성은 인정하나 개헌을 언제, 어떻게 하느냐에 대해선 국민들 사이에 의견이 다양하다”여 “개헌은 조기 대선을 거쳐 새정부 출범 후에 국민 대통합을 이루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헌을 국면전환용 물타기용으로 활용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시민사회의 국민주도 분권개헌 움직임이 눈길을 끈다. 국민주도 개헌은 정치권이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개헌을 주장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기도 하다. 또한 개헌 추진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국민적 관심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전국의 보수·중도·진보를 통합하는 국민주도상생개헌운동본부 창립이 가시화되고 있다. 전국에서 개헌운동을 추진하고 있는 시민단체 대표들이 제7공화국을 열기 위한 개헌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이들은 오는 24일 서울에서 창립대회를 열고 본격적인 국민운동에 나선다. 1만인 선언, 10만인 선언 등 단계를 높여가며 국민 의지를 모아갈 계획이다.
윤석열 탄핵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도 11개 분과에도 모두 개헌 의제를 논의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이후 의제를 개헌으로 맞춰가고 있는 셈이다.
이두영 국민주도개헌만민공동회 운영위원장은 “국민발안제 등 직접 참정제도의 원포인트 개헌, 지방분권과 지역대표형 상원제 도입 등 국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개헌 운동이 국민 동의를 얻어가고 있다”며 “이달 출범하는 국민주도상생개헌운동본부는 물론 헌정회 비상행동 정치권 등 개헌을 추진하는 모든 단체들과 연석회의를 여는 등 국민이 주도하는 개헌운동을 벌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