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옹호’ 인권위 전락에 “안창호 사퇴해야”
반대 위원·직원들 “인권위 파괴”
국가인권위원회가 ‘12.3 내란’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방어권 보장을 권고하는 안건을 의결하자 후폭풍이 거세다.
안건에 반대한 인권위원들을 비롯해 직원들까지 나서서 안창호 인권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인권위 남규선 상임위원과 원민경·소라미 비상임위원은 11일 인권위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인권 보장에 앞장서 국가적 혼란을 야기한 이 의결에 반대하며 즉각 철회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안건이 대통령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무죄 추정 원칙 및 불구속 수사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전제로 하고 있어 수사와 재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헌법재판소와 법원 재판의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이들 위원은 전날 안건 처리가 △국회 입법 및 법원과 헌법재판소 재판을 조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재판 중인 사건이나 수사기관의 수사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진정이 제기된 경우 각하 처리한다는 인권위법 30·32조에 위배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들은 “본 의결의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한다”며 “이를 주도한 인권위원장은 반인권적인 결정에 참여함으로써 인권위원으로서 자격을 상실했다 할 것이므로 위원장직을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국가 공무원 신분인 인권위 직원 50여명도 안건 의결에 반발하며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10초간 고개 숙여 사과했다.
이들은 호소문에서 “안 위원장은 김용원·이충상 상임위원, 한석훈·이한별·강정혜 비상임위원과 합을 맞춰 인권위원의 역할을 저버렸다”며 “이들은 인권위를 망치러 온 파괴자들”이라고 비판했다.
전날 전원위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극렬지지자들이 인권위 건물을 점거하고 직원들의 신원을 확인하거나 고성을 지르는 등 소란을 일으킨 점도 지적됐다.
남 상임위원은 “공포 분위기 조성 자체가 위원의 심의·의결권 침해로 느껴졌다”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매우 잘못된 일”이라고 주장했다.
문정호 전국공무원노조 인권위지부장도 “비상계단에도 지지 세력들이 진을 치고 있어서 두려움을 느꼈고, 여성 직원은 남성 직원과 조를 짜서 움직였다”며 “권한이 없는 이들의 사상 검증, 마녀사냥이 인권위 내부에서 일어났다는 게 매우 고통스러웠다”고 밝혔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