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M, 올해 자체 반도체 출시…첫 고객은 메타

2025-02-14 13:00:02 게재

반도체업계 지각변동 관심

반도체 설계기업 ARM이 올해 자체 반도체칩을 출시한다. 첫번째 고객으로 메타(옛 페이스북)를 확보했다. 3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ARM 최고경영자 르네 하스는 이르면 올해 여름 첫번째 반도체칩을 공개할 계획이다. 이같은 계획에 ARM의 이날 주가는 6% 이상 상승했다.

영국 팹리스 ARM을 소유한 소프트뱅크 창업자 손정의가 이달 3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인공지능(AI) 관련 행사에서 오픈AI와 함께 AI 인프라 구축에 5000억달러를 투자하는 내용의 ‘스타게이트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사진 EPA=연합뉴스

FT는 “ARM이 기초설계 라이선싱에서 자체 프로세서 제조로 전환하게 되면 7000억달러 규모 반도체시장에서 힘의 균형을 뒤흔들 수 있다. ARM은 앞으로 자사의 고객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고 전했다.

ARM을 소유한 소프트뱅크 창업자 손정의는 인공지능(AI)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원대한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ARM을 중심에 뒀다. 자체 반도체 출시는 ‘AI 반도체 생산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큰 계획의 한 단계다.

손정의는 최근 ‘스타게이트 이니셔티브’를 공개했다. 소프트뱅크와 오픈AI가 AI 인프라 구축에 5000억달러를 투자하는 내용이다. 아부다비 국부펀드 MGX와 오라클 역시 이 이니셔티브에 자금을 보탠다. ARM은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와 함께 스타게이트의 핵심 기술 파트너사다.

ARM의 자체 반도체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서버 중앙처리장치(CPU)의 핵심 유닛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메타를 비롯한 고객사들에게 맞춤형으로 제공될 전망이다. 생산은 TSMC 등 파운드리기업에 맡긴다.

소프트뱅크는 또 오라클이 29% 지분을 갖고 있는 팹리스기업 ‘암페어’ 인수작업을 진행중이다. 암페어는 ARM 기반 서버용 칩을 설계하는 곳으로, 시장가치는 65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암페어 인수는 ARM 자체 반도체 제조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영국 케임브리지에 본사를 둔 ARM은 2023년 나스닥에 상장했다. 현 시가총액은 1600억달러에 달한다. AI에 대한 투자자들의 폭발적 반응 덕분이다. ARM은 엔비디아, 아마존과 파트너십을 통해 데이터센터 부문에서 급속 성장했다. 오픈AI와 메타 앤스로픽의 AI를 구동시키려면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다.

메타는 그동안 인텔과 AMD 등에서 서버용 반도체를 공급받았으나 앞으로는 ARM을 이용할 계획이다. 메타 최고재무책임자 수잔 리는 지난달 실적발표에서 “효율성과 성능을 높이기 위해 반도체 구매 노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ARM 자체 칩은 또 새로운 종류의 AI 전용 단말기를 개발하겠다는 애플 전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의 구상에서도 주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브가 차린 기업 러브프롬과 오픈AI, 소프트뱅크가 이를 위해 협력중이다.

ARM의 설계도는 세계 거의 모든 스마트폰용 칩을 포함해 3000억개 이상의 반도체에 활용된다. ARM의 전력효율적 설계방식 덕분이다.

FT는 “자체 칩을 개발 판매하겠다는 ARM의 계획은 대담하다. 퀄컴 등 고객사들과 충돌할 리스크가 있다. 이미 라이선싱 조건을 두고 양사가 법정분쟁을 벌이고 있다"며 "ARM은 또 세계 최고 가치의 엔비디아와도 갈등할 수 있다”고 짚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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