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인수 제안’은 오픈AI 흔들기

2025-02-17 13:00:00 게재

‘영리화’ 쟁점화로 견제

오픈AI 이사회 “거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에 대한 974억달러(141조원) 규모의 인수 제안을 철회하는 조건으로 ‘오픈AI의 영리화 중단’을 요구해 AI산업 내 주도권 싸움에 불을 붙였다.

머스크는 오픈AI가 초창기의 비영리적 목적을 회복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이번 제안이 단순히 공공성을 위한 조치라기보다는 경쟁사 견제와 주도권 다툼의 일환이라는 게 월스트리저널(WSJ), 블룸버그통신 등 미 언론의 시각이다.

최근 오픈AI의 CEO 샘 올트먼은 2026년까지 목표로 AI 영리화를 가속화하며, ‘스타게이트(Stargate)’ 프로젝트를 통해 최대 5000억달러를 AI 인프라에 투자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에 머스크는 “오픈AI는 원래 목표했던 개방형 AI로 돌아가야 한다”며 인수 제안을 내놨으나, 오픈AI 이사회는 14일(현지시간) 이를 거부했다. 브렛 테일러 오픈AI 이사회 의장은 성명에서 “오픈 AI는 매물이 아니며, 이사회는 경쟁자를 방해하려는 머스크의 시도를 만장일치로 거부했다”고 밝혔다.

머스크의 인수 제안은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다층적 의도를 담고 있다. 그는 오픈AI가 비영리적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오픈AI 측은 “머스크가 과거 영리 회사 전환을 찬성했다”며 관련 문서를 공개했다. 또 머스크는 테슬라와 오픈AI의 결합을 추진하다 실패한 후부터 오픈AI의 영리화를 강하게 비판하기 시작했다고 오픈AI사측은 주장했다

오픈AI는 2019년 마이크로소프트(MS)로부터 10억달러의 초기 투자를 유치한 이후, 2023년 130억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를 받으며 영리적 운영을 본격화했다. MS와의 협력이 강화될수록 머스크의 테슬라와 AI 스타트업 엑스에이아이(xAI)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머스크가 AI 산업 내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오픈AI 견제에 나섰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머스크와 올트먼의 갈등은 2015년 오픈AI를 공동 설립한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 사람은 AI의 공공성을 강조하며 비영리 단체로 출범했지만, 2018년 머스크는 내부 주도권 다툼 끝에 회사를 떠났다. 2019년 올트먼이 영리 목적의 자회사를 설립하고 MS 투자를 유치하자, 머스크는 이를 두고 “설립 당시 계약 위반”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후 머스크는 오픈AI와 올트먼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작년 11월에는 MS까지 소송 대상에 포함시켰다.

머스크가 오픈AI의 “선한 영향력 복귀”를 강조하는 이유는 영리 전환의 윤리적 문제를 끊임 없이 문제삼아 실제 오픈AI의 영리화를 지연시키겠다는 의도로 보이며, 그가 “(영리화로)특정 구성원들만 부유해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배경은, 기업 가치 평가를 둘러싼 이해관계를 부각시켜 경영 전략에 혼란을 가중시키려는 계산된 움직임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최근 파리에서 열린 AI 회의에서 올트먼은 머스크를 향해 “그는 우리 일을 방해하려는 의도가 명확하다”고 비판했다. “그가 더 나은 AI를 만들면서 경쟁하기를 바랐지만, 많은 꼼수, 수많은 소송, 온갖 미친 짓들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주영 리포터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