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년에도 반도체산업 부활에 사활

2025-12-16 13:00:22 게재

라피더스, 정부·기업 나서 추가 출자…성공 가능성 회의적 시각도

“TSMC 구마모토 2공장, 계획보다 첨단반도체 생산으로 변경 검토”

일본이 내년에도 반도체산업 부활을 위해 정부와 기업이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민관이 함께 반도체 첨단공정을 목표로 내걸고 설립한 라피더스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TSMC를 비롯한 해외 반도체 업체의 자국내 유치 노력도 강화할 예정이다.

피더스 홋카이도 치토세 반도체공장 건설공사 현장. 사진 일본 민영방송 ANN 유튜브채널

◆후지쓰·교세라 등 22개사 라피더스 신규 출자 = 일본 반도체산업 부활의 사실상 유일한 희망인 라피더스에 정부와 민간이 추가로 출자에 나선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후지쓰와 교세라 등 일본 기업 22개사가 추가로 출자에 나선다. 이들 기업이 올해만 1300억엔(약 1조2000억원)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에 따라 라피더스에 참여하는 기업은 기존 8개사에서 30개사로 늘어날 전망이다. 소니 등 기존 출자기업도 추가로 돈을 더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소니는 200억엔을 추가 출자하기로 했다. 금융기관은 기존 주주인 미쓰비시UFG를 포함한 3대 메가뱅크와 일본정책투자은행이 총액 250억엔을 추가로 내놓는다.

이들 메카뱅크는 출자 이외에도 2027년 이후 2조엔(약 18조8000억원) 규모의 대출도 시행할 계획이다. 라피더스 공장을 신설중인 홋카이도 지역 은행인 홋카이도은행과 북양은행 등도 참여한다. 수도권의 치바은행 등도 출자 금융기관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라피더스는 2022년 8월 도요타와 소니 등 8개 대기업이 73억엔을 출자해 설립했다. 라피더스는 2027년부터 2나노 첨단반도체 생산을 목표로 홋카이도 치토세 지역에 공장을 신설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막대한 예산을 투여하고 있다. 경제산업성은 지난달 라피더스에 2027년까지 1조엔(약 9조4000억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의 라피더스에 대한 누적 지원액은 2조9000억엔(약 27조3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오는 2031년까지는 7조엔(약 65조원)의 자금이 추가로 필요할 것이라는 추산도 있다.

이처럼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라피더스의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는 관측도 있다. 기술적인 문제와 고객 확보가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다. 라피더스 현재 2027년 2나노급 첨단 반도체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 반도체 기업의 지금까지 양산 능력은 40나노 수준이었다.

이번 민간 출자에 참여하는 한 기업 간부는 “마치 지역내 반상회 회비 내는 것 같다”며 정부의 압박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출자를 검토중인 다른 기업 관계자도 “라피더스가 기술적인 면에서 보여준 게 없다”며 “합리적인 출자 판단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30개에 이르는 기업과 정부가 참여하면서 향후 의사결정 문제도 제기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참여하는 기업이 많을수록 개별 기업의 리스크는 그만큼 감소하지만 출자자가 늘수록 책임소재가 애매해진다”며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개별 기업의 이해관계가 달라 상호조정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TSMC 4나노급 반도체 생산하나 = 대만 반도체 기업 TSMC가 일본 구마모토현에서 올해 10월에 착공한 제2공장 운용계획을 변경해 최첨단반도체 생산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공지능(AI) 전용 4나노 제조설비 도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이 계획이 실현되면 AI반도체의 일본내 공급이 안정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앞서 TSMC는 지난해 구마모토 1공장을 준공하고 가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1공장은 차량용 반도체 등 12~28나노의 범용 반도체를 주로 생산한다. 오는 2027년 가동을 목표로 건설중인 2공장은 당초 통신용기기 등에 사용하는 6~40나노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이었다.

가동한지 1년이 지난 1공장은 전기자동자(EV) 판매 부진 등으로 공장 가동률이 당초 계획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제2공장 건설 공사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구마모토 1공장을 운영하는 JASM에는 소니와 도요타 등도 소액 출자하고 있다. 투자 금액은 225억달러(약 3조5000억엔)로 경제산업성은 이 가운데 약 1조2000억엔(약 11조3000억원)을 지원했다.

외국계 반도체 기업의 일본내 투자는 이밖에도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히로시마에 AI용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신설할 계획이다. 대만업체 홍하이는 가메야마 제2공장을 활용해 데이터센터에 도입할 AI 전용 서버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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