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처럼…이재명 ‘대세전략’ 통할까
개헌 등에 선긋고 수권능력 강조 주력
비명계 포용 … 출마선언도 가장 늦게
압도적 장악 불구 높은 ‘유보층’ 관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내 압도적 장악력을 기반으로 차기 대선주자 경쟁에서 크게 앞서고 있다는 조사가 이어지고 있다. 조기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대세론’으로 돌파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2017년 탄핵 대선에서 경선 독주 후 승리한 문재인 대통령의 이른바 ‘대세전략’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한국갤럽의 2월 2주차 차기지도자 선호도 조사(11~13일. 1004명. 가상번호 전화면접. 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p. 응답률 16.1%. 이하 중앙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4%였다. 여당 주자로 꼽히는 김문수 장관(12%) 홍준표 대구시장·오세훈 서울시장·한동훈 전 대표(각 5%) 선호도를 크게 앞섰다. 민주당에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 수준으로 이 대표 선호도가 높았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후 이 대표는 30%대의 선호도를 유지하고 있다. 탄핵정국이 마무리되고 조기 대선이 시작된다면 이재명 대표 대세론을 중심으로 후보 구도가 형성될 공산이 크다는게 중론이다. 이 대표와 민주당이 내란종식을 위한 탄핵연대를, 정책적으론 ‘실용’ 행보를 강조하는 것과, 국민의힘이 ‘이재명은 안 된다’는 정치공세를 강화하는 것도 비슷한 흐름이다.
민주당내 친명계는 ‘이재명으로 정권교체’를 당연한 수순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여론조사 흐름과 관련, “실제 민심의 경우 중도층의 흐름이 중요한데 진보와 중도층에선 윤석열 탄핵 및 파면 찬성과 민주당 지지, 정권교체론이 우세하다”면서 “이재명 대표의 개인 지지가 큰 폭의 1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이재명으로 정권교체’의 큰 흐름이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5일 친민주당 성향 유튜브 채널 새날에 출연해서는 “이재명으로 정권 교체가 민심의 대세”라며 “이번에는 ‘이재명’이라는 깃발을 세우고 돌파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민주당 집권플랜본부를 이끌고 있다. 당 경선도 시작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도부가 이 대표에 올인한다는 비판을 받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이 대표 빼고 대선전망을 이야기 할 수 없는 것이 객관적 상황 아니냐”고 말했다. 앞의 차기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층의 이재명 대표 선호는 78%에 달한다.
이 대표의 최근 행보 또한 대세론을 이어가는 수순을 밟고 있다, 이 대표는 비명계 인사들과의 소통을 통해 내부 결속을 강화하는 한편 외적으로는 민생 정책행보를 넓히고 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만난 데 이어 24일 김부겸 전 총리와 만날 예정이다. 27일 임종석 전 비서실장과 면담도 예정돼 있다. 17일에는 시민사회 원로들과 만나 내란사태 종식을 위한 의견을 구했다. 이와 함께 민생경제 현장행보도 시작한다. 신년회견부터 민생 실용을 강조한 데 이어 19일 K-방산·조선산업 비전 토론회를 열고 20일에는 현대차 아산공장을 방문하고, 21일에는 한국노총·민주노총을 각각 방문할 예정이다. 17일 최고위 회의에서는 “경제문제에 관한 한, 민주당이 아무리 부족하고 못나도 국민의힘보다 분명히 낫다”면서 “민주당이 집권을 하면 특별한 변화 없이도 코스피 지수가 3000대를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선이 아니더라도 누가 수권능력이 있는 세력이고 지도자인지를 국민에게 직접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경선이 진행된다면 이 대표는 8년 전 문 전 대통령처럼 가장 늦게 참여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탄핵을 주도한 정치세력의 대표로 활동을 강화하는 것으로 사실상의 대선 선거운동이 가능한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당 대표 활동 만으로도 내란세력과 맞서는 정치적 상징성과 효과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비명계 인사들의 개헌논의 등에 대해 “지금은 내란종식에 주력할 때”라며 선을 긋는 것도 정치적 주도성을 이어가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물론 이 대표 대세론에도 약점은 엿보인다. 30%에 달하는 유보층이다. 이 대표 선호 만큼의 유보층이 존재한다. 2017년 대세론으로 출발했던 문재인 후보의 19%(한국갤럽 2017년 2월2주차 대선주자 선호도 유보층)와도 큰 차이를 보인다. 민주당내 비명계 주자가 부각하지 못한 점 등과 함께 이 대표와 관련한 사법리스크와 ‘비호감’ 이미지가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비명계 전 의원은 “이 대표 대세론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관건은 지지 유보층을 설득해 압도적인 정권교체를 이루는 것 아니냐”면서 “기득권으로 비치는 것을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