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금융사고 되풀이, 조직문화 과감히 쇄신해야”

2025-02-19 13:00:09 게재

이복현 금감원장, 은행장 간담회

기업은행 부당대출 “매우 심각”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9일 20개 국내은행 은행장들과 만나 최근 잇따라 발생한 대형 금융사고에 대해 다시 한번 내부통제 강화를 강조했다.

이 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취임 이후, 은행권의 내부통제 실패와 함께 이에 따른 대형 금융사고가 되풀이됨에 따라 사고관련자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는 한편, 책무구조도를 도입하는 등 내부통제 체질 개선을 위해 총력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그러나, 최근까지도 고위 경영진이 연루되는 등 대형 금융사고의 재발을 목도하면서 내부통제의 질적 개선이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9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20개 국내 은행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그는 “조직문화를 과감히 쇄신하고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를 구현하는 한편, 빠른 기술 발전으로 점증하고 있는 IT리스크 관리에도 경영진 여러분이 앞장서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전날 이 원장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최근 발생한 기업은행 부당대출과 관련해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지난달 239억5000만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금감원은 기업은행 보고를 받고 검사에 착수했으며 21일까지 현장 검사 기간을 연장했다. 당초 기업은행이 보고한 금액보다 부당대출 금액이 늘었으며 검사 기간이 길어지면서 규모가 훨씬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원장은 “조사가 진행 중이라 구체적인 내용이나 액수를 말할 순 없지만 단순히 한 두명의 일탈보다는 본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검사 상황이라 자세히 말씀은 못 드리지만 일종의 조직적인 증거 인멸 우려가 있는 부분이 있다 보니 조금 더 엄밀하게 자료 확인을 해야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달 초 금융지주·은행의 주요 검사결과를 브리핑하는 자리에서도 이 원장은 “최근 기업은행에서 복수의 직원이 연루된 대형 부당대출 금융사고가 발생하는 등 부실한 내부통제와 불건전한 조직문화는 특정 금융회사나 소수 임직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은행권, 금융권 전반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날 이 원장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은행이 자본적정성 관리와 지배구조 선진화에도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지속적인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은행의 재무건전성 확보가 전제되어야 하므로 손실흡수 능력 확보 등 자본적정성 관리와 자율적인 주주환원 사이의 균형추를 적절하게 맞춰나가 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지배구조 선진화와 관련해 지배구조 모범관행 도입, 이사회 소통 정례화 등 제도적인 측면에서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최근 CEO 선임과정 논란과 이사회 견제기능 미흡사례 등을 볼 때 실제 운영 과정에서의 아쉬움이 남는다”며 “앞으로 은행들이 각 특성에 맞는 건전하고 선진적인 지배구조 정착에 더욱 노력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취약계층을 비롯해 서민과 자영업자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도 언급했다. 이 원장은 “중·저신용자, 소상공인에 대한 차질없는 자금공급을 부탁드린다”며 “취약계층에 대한 채무조정 등 다른 지원 방안에 대해서도 소홀함이 없도록 신경 써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은행장들은 “최근의 금융사고로 인해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는데 더욱 노력하겠다”며 “이를 위해, 중기·소상공인 등 취약부문에 대해 지원 확대,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조직문화 쇄신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건의 사항도 내놓았다. 은행장들은 “지방 자금공급을 위해 추가 한도를 부여하고 저신용자 지원 대출 상품의 경우 가계대출 관리 대상에서 제외하는 한편, 내부통제 강화 유도를 위해 우수 사례에 대해서는 인센티브 부여 및 공유 활성화 등 감독 차원의 지원을 확대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원장은 “논의된 제언과 건의사항에 대해 향후 감독·검사업무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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