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집 디자인과 이사, 직원이 결정
코리안리 소통방식에 보험업계 주목
국내 유일 재보험사인 코리안리가 사옥 재건축을 앞두고 이색 행보를 보이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리안리가 서울 종로구 본사 사옥 재건축 디자인을 직원들이 결정했다. 뿐만 아니라 임시 이전할 지역도 직원들 의사에 맡겼다. 보험업계에서는 업종 특성을 고려하면 파격적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금융지주가 아닌 보험사는 사주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사옥 이전 등 주요 사안에 대해 경영진이 결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코리안리 경영진은 “직원들 다수가 찬성한 안이 최고의 안”이라며 의견 수렴을 진행했다.
코리안리 수송동 사옥은 연면적 3만9357㎡, 지하 3층~지상 12층 규모로 1985년 준공됐다. 40년 이상 경과해 안전 등을 이유로 재건축할 예정이다. 코리안리는 지난해 11월 신사옥 외부 디자인 컨셉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익명투표를 실시했다. 4가지안이 접수됐고, 이틀간 강당에 이미지를 전시했다. 임직원들이 강당을 찾아 디자인을 비교했고, 실무자가 현장에서 각종 의견을 수렴했다.
회사 전산망(인트라넷)에서는 이틀간 익명투표를 실시했는데, 직원 70%인 314명이 참여했다. 이중 간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가 제시한 디자인(사진)이 투표 참가자 40%의 지지를 받아 결정됐다. 현장 의견수렴 과정에서 ‘창호 개방감을 늘렸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아들여 최초 디자인의 창호 폭을 최대화하기로 했다.
사옥을 새로 짓다보면 임시로 근무해야 할 공간도 필요했다. 회사측은 도심권역 4개 빌딩과 여의도권역 2개 빌딩 등 모두 6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직원들은 이전 대상지 최우선 조건으로 ‘교통 편의’를 1위(72%)로 꼽았다.
6개 후보지 중 도심권역 한곳이 53%의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시간과 물리적 공간 문제 등이 발생했다. 결국 회사측은 직원들 의견을 가장 많이 수렴한 곳과 인접한 을지로 시그니쳐타워를 임시 이전지로 정했다.
다소 번거로워 보이지만 경영진은 “사옥은 직원들이 생활하는 터전으로 직원 의견을 100% 반영하겠다”며 이러한 절차를 고집했다.
앞서 2023년 창립 60주년을 맡은 코리안리는 회사 상징인 CI 개정도 임직원들에게 맡겼다. 다양한 직급으로 구성된 임직원들을 상대로 인터뷰와 워크숍을 실시했고, 압축된 5가지 안을 놓고 전 직원 투표를 실시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