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젤렌스키 격돌 속 미러 밀착
“나라 잃을 것” “허위정보 속에 살아” 상호비난 …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난항 예고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젤렌스키 대통령을 “선거를 치르지 않은 독재자”, “그저 그런 코미디언”이라고 비난하며 “서둘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라를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가 미국으로부터 3500억 달러를 받아냈지만, 미국은 유럽보다 2000억 달러를 더 지출했음에도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했다”며 지원 중단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의 지지율이 4%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며, 우크라이나 희토류 자원 지분 50% 요구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주장과 달리 자신의 지지율은 52%로 여전히 국민적 신뢰를 받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허위 정보 속에서 살고 있다”고 반격했다. 또한 “우크라이나 없이 체결된 합의는 인정하지 않겠다”며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미러 협상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미국이 러시아의 고립을 풀어주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미국과 러시아 관계는 급격히 개선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한 데 이어 18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미러 고위급 회담을 통해 관계 정상화를 모색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의 회담이 성공적이었다”며 긍정적 평가를 내놨고, 러시아 외교부도 “미국과 신뢰 회복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회담에서는 종전 조건, 나토 가입 금지, 우크라이나 영토 회복 제한 등이 논의됐으며, 양국 관계 개선과 대사관 복원 등도 합의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러 행보에 유럽 국가들은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있다.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젤렌스키 비난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하며 유럽 내 우려를 표출했다.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내부에서는 미국이 러시아와 손잡으면서 서방의 단일 전선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러시아가 전략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러시아군이 계속 진격하고 있으며, 전술적 성과를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이를 즉각 부인하며 “러시아의 허위 정보”라고 반박했다.
현재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 개선이 종전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압박하면서 협상 과정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강력 반발하면서 향후 협상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변화는 우크라이나의 전쟁 지속 여부뿐만 아니라 나토 동맹국들의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축소하면 유럽 국가들도 이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결국 푸틴 대통령에게 유리한 상황이 조성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기류를 반영하듯 유럽은 미러 협상 배제에 대한 반발과 함께 대응 방안을 놓고 내홍을 겪고 있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긴급 회의를 소집했으나, 독일과 폴란드 등은 우크라이나 파병안에 반대하며 통일된 입장을 내지 못했다. 또 미국이 대러 제재 해제를 요구하자 EU는 추가 제재 논의로 맞섰지만, 결국 타협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유럽 패싱 전략은 나토의 역할을 약화하고, 우크라이나를 ‘버려진 돌’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유럽 일부 국가는 미국의 압박에 맞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군사적·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미국 주도의 협상 수용 가능성도 점쳐진다.
종전 협상이 시작되자마자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갈등이 격화하면서 국제사회의 시선은 향후 전개될 외교적 움직임에 쏠리고 있다. 협상의 향방에 따라 우크라이나의 운명뿐만 아니라 서방 세계의 전략적 균형도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