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선두주자 인도네시아, 브릭스 정회원 가입
브릭스의 부상, 미국 주도 질서의 쇠퇴 … 트럼프 2기 출범앞 아세안-브릭스 밀착
이제 아세안 최대 경제 대국 겸 세계 최대 무슬림 민주주의 강대국이 브릭스 가입이라는 새로운 길을 연만큼 말레이시아와 태국 등 다른 동남아 국가들의 브릭스 가입은 시간문제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인도네시아의 브릭스 가입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국제평화와 안정 및 번영을 뒷받침 해온 규칙 기반 국제 질서가 느슨해지거나 이완되고 있는 지각 변동를 반영한다.
◆태국과 베트남도 브릭스에 다가가 = 아세안만큼 새롭게 부상하는 강대국들과의 관계를 공고히 함으로써 위험 분산을 열망하는 지역도 없을 것이다. 아세안의 브릭스에 대한 관심은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른 대비책이기도 하다. 트럼프 2기 출범이 촉발한 국제 질서의 대전환은 세계 도처로 하여금 각자도생의 해법을 찾도록 요구하고 있다. 각국은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의 퇴조에 직면하여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새로운 대열에 동참하기 위해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아세안 지역보다 더 명확한 곳은 보기 드물다.
각국은 권력 변동기를 해쳐나가기 위해 줄타기 항해를 하거나 곡예를 하고 있다. ‘어떠한 체제의 세계 질서든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공정한 것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라고 설파한 키신저의 말이 떠오른다. 그는 역저 ‘세계 질서’에서 ‘국제 질서는 궁극적으로 국가 간의 관계를 규율하는 공식적인 규칙뿐만 아니라 일련의 묵시적 규범 위에 구축된다’고 주장했다. 아마도 그 어느 것도 브릭스의 꾸준한 부상보다 기존의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의 쇠퇴(fraying)를 더 잘 보여주는 것은 없을 것이다.
대나무 외교로 유명한 베트남과 태국 또한 브릭스 합류를 서방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전략적 기동 여지를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본다. 동남아에 있어 브릭스는 또한 트럼프 2기 출범에 대한 대비책을 넘어 기존의 미국 주도 국제질서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플렛폼 역할을 한다.
◆브릭스 출범과 지속적인 확대 = BRICS는 원래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및 남아공으로 2009년 결성되었으며 작년 초 이집트, 이디오피아, 이란 및 UAE가 추가로 가입하였다. 인도네시아의 정회원국 가입 결정 전 브릭스는 작년 10월 벨라루스, 볼리비아, 쿠바, 카자흐스탄, 말레이시아, 태국, 우간다 및 우즈베키스탄으로 구성된 8개 파트너 국가들을 참여시켰다.
정회원국 확대와 파트너 국가들의 추가는 결과적으로 일찍이 발표된 숫자보다는 적은 숫자였다. 국내 정치와 지정학적 우려 때문에 아르헨티나와 사우디아라비아는 당분간 회원국 가입 문제에서 거리를 두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파트너십 국가로서 참여 관련해서도 알제리, 나이제리아, 튀르키예 및 베트남 역시 상반되는 지정학적 전략적 고려로 당분간 유예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브릭스 창립 5개 회원국은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42%, 국내 총생산(GDP)의 23%, 교역량의 18%를 차지한다. 브릭스의 매력과 모멘텀은 의심의 여지 없이 트럼프 2기의 미국에 의해 힘을 얻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 하에서 브릭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연이은 국제제재 후에 러시아에게는 일종의 피난처가 되었다. 이것이 바로 왜 갑작스럽게 2022년~2024년 기간 중 봇물 터지듯 신규 정회원국과 파트너국들의 대거 추가 가입으로 이어졌던 이유이다.
◆브릭스에서 인도네시아의 역할 = 인도네시아는 브릭스 정회원국 지위를 십분 활용하여 글로벌 사우스와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이들의 목소리를 증폭시키는데 관심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사우스는 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한다.
인도네시아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브릭스 회원국 가입은 여타 개도국들과 협력을 증진하기 위한 “전략적 길”이라고 언급하면서 브릭스는 남남협력을 촉진하고 글로벌 의사결정 과정에서 개도국의 목소리와 열망이 제대로 전파되고 반영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소중한 플렛폼을 제공한다고 평가하였다. 인도네시아는 브릭스의 기존의 다른 회원국들과 함께 글로벌 거버넌스 기구 개혁에 대한 지지를 공유하고 있으며 글로벌 사우스의 협력 심화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자카르타는 또한 그린 에너지 및 식량 안보 같은 분야에서 브릭스의 새개발은행(New Development Bank)가 제공하는 대안적 자금원을 활용함으로써 브릭스 회원국 지위로부터 직접적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브릭스 회원국 지위는 간접적으로 인도네시아의 OECD 가입 협상에서 협상력을 강화시켜 줄 것이다. 선진 부유국 클럽인 OECD 가입 협상은 작년 2월 시작되었다.
인도네시아의 브릭스 가입은 글로벌 강대국들 간의 경쟁을 해쳐나가면서 항해하는 프라보워 대통령의 방식이다. 브릭스 가입은 또한 인도네시아를 동남아의 자연스러운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넘어 더 발전시키려는 프라보워 대통령의 열망을 반영한다.
다른 무엇보다도 인도네시아의 브릭스 정회원국 가입은 1955년 반둥회의 70주년과 동시에 일어나는 점이라 하겠다. 이 역사적 유산 행사는 자카르타를 글로벌 사우스로 알려진 개발도상국의 최전면에 나서게 하였다. 인도네시아의 브릭스 참가는 상호존중과 협력 및 비동맹을 외교정책의 중심으로 강조함으로써 불가피하게 반둥 정신의 생기를 되살렸다.
◆트럼프 2기와 브릭스의 변화 =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거의 전 지구촌을 향해 관세 전쟁의 포성을 울리고 있다. 관세 부과 위협을 무기로 국제 체제를 드라마처럼 흔들어 놓고 있다. 브릭스도 동남아도 관세 포성의 과녁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폭주의 하나는 브릭스 국가들이 탈 달러화를 계속 추진하고 대안적 글로벌 준비통화를 창설한다면 브릭스 국가들에게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한 그의 공언이다.
글로벌 준비통화로서 달러화 헤게머니 이슈는 수십년간 브릭스와 글로벌 사우스 및 기타 개도국들의 난제였다. 글로벌 경제에서 달러화의 지배적 위상에 대한 분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그 결과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 기간 중 더 날카로워졌다.
서방의 대러 제재는 서방 산업과 무역 및 통화.금융정책의 무기화를 포함하였다. 브릭스 국가들을 포함 개도국들은 예컨대 이스라엘이 중동전쟁에서 실행하고 있는 여러 조치들을 감안 시 그 무기화를 괴롭힘과 이중 기준으로 보았다.
신규로 참여한 브릭스 국가들은 분명히 브릭스를 지경학적 격변과 지정학적 혼란 한가운데에서 보험정책으로 본다. 이는 규칙 기반 국제질서의 광범위한 퇴색에 의해 뒷받침되었다. 트럼프의 관세위협은 분명히 아세안의 잠재적 브릭스 파트너들, 특히 베트남의 브릭스 참가를 저지했다. 베트남은 아세안 경제 중에서 가장 큰 규모의 대미 무역흑자를 시현하고 있다.
◆글로벌 사우스 개도국들과 협력 증대 = 트럼프 2기의 미국은 여전히 지경학적.지정학적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의 브릭스 회원국 가입은 말레이시아와 태국 같은 다른 브릭스 파트너들이 인도네시아를 뒤따르도록 길을 열어줄 것이다. 베트남은 당분간 관망세를 유지하면서 최적 타이밍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세안 각국은 상이한 시간대 이기는 하지만 정회원국이 되는데 관심을 보여왔다. 그들은 또한 자신들의 경제안보와 전략적 자율성을 강화하기 위해 추가적 플렛폼을 원한다. 더욱이 비동맹 외교정책을 근간으로 하는 세속적 무슬림 다수 국가로서 인도네시아의 정체성은 브릭스에 역동성을 부여할수 있다. 더 많은 아세안 회원국들이 추가로 브릭스에 가입하면 브릭스는 동남아의 경제적 역동성을 더 광범위한 의제에 통합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전 세계가 트럼프 2기의 관세폭탄과 국가별 상호관세 시행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세계 경제가 움츠려 들고 있다. 우리나라는 상호관세에 더해 비관세장벽 조준권에 들어있다. 경기 하방 압력을 받으며 긴장하고 있다. 이 위기 상황에서 돌파구를 여는 기회를 찾아야 한다. 떠오르는 별 신흥 경제가 포진하고 있는 글로벌 사우스로 눈을 돌려 활로를 찾자. 브릭스도 다시 보자. 브릭스는 인도네시아가 정회원국 지위를 얻기 전에 세계 인구의 40% 이상이 거주하고 있는 국가 그룹으로 2030년까지 가장 큰 경제 그룹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구촌 격변의 시기에 관점을 달리 해보자.
정해문
전 태국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