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자동차산업 키우려 외국 제조업체 지원

2025-02-21 13:00:04 게재

2200억원 인센티브프로그램

투자 유치·고용 창출 기대

자체 자동차 브랜드가 없는 필리핀이 자동차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현지 생산을 유도해 투자를 확대하고, 고용 창출과 부품 현지화를 촉진하려는 포석이다.

20일 필리핀 일간 마닐라타임스에 따르면, 필리핀 투자위원회(BOI)는 ‘자동차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재활성화 프로그램(RACE)’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내연기관 차량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을 촉진하고, 현지 자동차 제조업 부문의 경쟁력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마닐라타임스는 설명했다. 다음 달 산업통상부 등 3개 부처의 공동 행정명령을 발표하고 4~5월부터 기업들의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RACE 프로그램은 내연기관 4륜 차량 3개 모델의 생산을 지원하며, 총 10만대 제조를 목표로 한다. 총 재정 지원 한도는 90억페소(2234억7000만원)로, 각 제조업체는 최대 30억페소(745억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인센티브는 자본지출 및 생산량을 기준으로 지급되며, 자본지출의 최대 40%까지 세금 납부 증명서 형태로 지원된다.

참여 기업은 승인된 차량 모델을 제조해야 하며, 10만 대 생산 목표를 달성하고, 모델을 2년 이내 출시해야 한다. 등록 요건 충족 및 추가 조건 준수도 필수다.

현재 필리핀에서 자동차를 조립 및 생산하는 주요 기업은 토요타, 미쓰비시, 포드, 닛산, 혼다, 스즈키, 현대차, 기아차 등이며, 이들이 주요 지원 대상이 될 전망이다.

투자·경제 문제 담당 대통령 특별 보좌관인 프레데릭 고는 마닐라타임스에 “이번 프로그램이 올해 필리핀 국가 예산에서 2억5000만페소를 배정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RACE 프로그램은 기존 ‘포괄적 자동차 부흥 전략(CARS)’를 바탕으로 차량 부품의 현지화를 더욱 장려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필리핀 정부는 RACE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 제조업체들의 현지 투자를 늘리고 자동차 산업을 성장시킬 계획이다. 외국 기업들의 생산이 확대되면 공장 운영 인력이 증가하고, 부품·소재 공급망 확대로 고용 창출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또 부품 현지 조달율을 높이고, 필리핀을 동남아시아 자동차 생산 허브로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통해 필리핀산 차량이 국내뿐만 아니라 아세안 지역으로 수출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하지만 필리핀 자동차 산업이 태국이나 인도네시아처럼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자동차 생산량과 판매량이 여전히 낮고, 산업 기반도 취약하다. 최근 몇 년간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필리핀 생산을 중단하고 수입 판매로 전환하기도 했다. 단기적으로는 외국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하는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자체 자동차 제조 역량을 강화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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