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다음주 금통위서 경제전망 경로 대폭 수정할 듯

2025-02-21 13:00:05 게재

성장률·경상수지 내리고, 물가는 소폭 조정 가능성

내수부문 추가 하향하면 기준금리 인하 결정 전망

한국은행이 올해 우리나라 거시경제 전망 경로를 대폭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

고물가와 고금리 등으로 장기간 소비와 투자가 침체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 취임이후 국제 통상환경이 요동치고 있어서다.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수정하면서 기준금리 인하도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은은 오는 25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통화정책방향과 경제전망보고서를 동시에 결정한다. 현재 연 3.00%인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지 주목되는 가운데, 올해 경제전망 수정도 예상된다. 경제전망 수정이 클수폭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질 전망이다.

현재까지 한은이 내놓은 공식적인 올해 경제전망은 지난해 11월 금통위에서 채택한 경제전망보고서이다. 당시 한은은 올해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9%로 예상했다. 소비자물가도 1.9%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고, 경상수지는 연간 800억달러 흑자를 전망했다.

하지만 이후 거시경제를 둘러싼 환경이 급변했다. 국내서는 지난해 12월 초 비상계엄과 이에 따른 정국 불안정이 소비 등 내수부문에 악영향을 미쳤다. 대외적으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이후 고율의 관세부과 등이 진행중이다. 이에 따른 대외교역 조건의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안팎의 부정적 변화는 최근 한은 고위 관계자들 입을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 질의를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이창용 한은 총재는 18일 국회 기획재정위 회의에서 “지난달에 올해 성장률을 1.6~1.7% 정도로 봤다”며 “이는 정치적 불확실성과 미국의 여러가지 경제정책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회의후 기자설명회에서 올해 성장률이 당초 전망치보다 0.2~0.3%p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한은 안팎에서는 이번 금통위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6% 안팎으로 공식 수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최근 해외 투자은행 등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최저 1.0%까지 낮추는 등 부정적 인식이 확대되는 점을 고려할 때, 한은이 추가로 하향 수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1월 전망(1.9%)에서 소폭 상향될 수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 관세정책이 글로벌 차원의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다만 큰폭의 조정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이달초 물가상황점검회의에서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목표 수준(2%) 근방에서 안정될 전망”이라고 했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하향 조정할 수 있다. 지난해 990억달러 흑자를 기록해 역대 2위의 실적을 거뒀지만 올해는 연초부터 통상환경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와 자동차 분야를 노릴 수도 있어 우려된다. 대미국 흑자폭을 줄이기 위한 정부차원의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 등이 경상수지에도 영향을 줄 수있다.

한편 이번 금통위에서 한은은 기준금리를 추가로 완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크다. 물가가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경기가 빠르게 냉각되고 있어서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경제전망에서 건설투자(-1.3%)를 뺀 민간소비(2.0%)와 설비투자(3.0%), 수출(1.5%) 등에서 비교적 고른 성장세를 예상했지만 하향 조정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19일 보고서에서 한은이 이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연 3.00%에서 2.75%로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모건스탠리는 “한은이 1월에는 환율에 대한 우려로 금리를 동결했지만 이번에는 성장에 집중할 것으로 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 총재는 18일 국회에서 이달 통화정책방향 결정과 관련 “통화정책을 할 때 한 변수만 보는 것이 아니라 물가와 금융안정, 환율, 경기 등 모든 걸 본다”고 답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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