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형사재판 공방 예고
계엄선포 위법성·체포지시 여부 등 쟁점
국헌문란 목적 놓고도 법정 다툼 전망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이 시작되면서 검찰과 윤 대통령측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양측은 ‘12.3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위법성, 국회봉쇄와 정치인 체포지시 등을 놓고 법정 다툼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전날 윤 대통령의 첫 번째 공판준비기일과 구속취소 심문을 진행했다.
57분 가량 진행된 구속취소 심문에서 윤 대통령측은 구속기간 만료 후 이뤄진 불법한 기소라며 즉시 석방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검찰은 적법한 기소라며 맞섰다.
이에 앞서 이뤄진 첫 변론기일은 윤 대통령측이 공소사실에 별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13분 만에 마무리됐다.
윤 대통령측은 이날 “기록을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며 “공소사실 인정 여부 등을 지금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230권, 약 7만쪽 분량의 증거기록을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히며 사건의 중요성을 고려해 최소 주 2~3회 집중심리해줄 것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24일 한 번 더 준비기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다투는 재판은 4월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측이 본격적인 재판에 앞서 공소 기각을 요청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측이 그동안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 권한으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반면 검찰은 비상계엄이 범죄에 해당할 경우 사법심사 대상이 된다고 본다. 대법원도 “비상계엄 선포나 확대가 국헌문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행해진 경우에는 대법원이 심사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며 비상계엄이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측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는 점을 들어 수사 절차의 위법성을 제기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에 대해 검찰은 법원의 영장 발부와 이의신청 기각으로 공수처의 수사권은 인정됐다는 입장이다.
공판이 본격화되면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위법성,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 장악 시도 등 내란 혐의의 주요 쟁점을 놓고 공방이 오갈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측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로 야당의 탄핵소추권 남발과 예산 삭감 등을 들고 있다. 야당의 ‘패악질’로 행정·사법부의 기능이 마비돼 국가 비상사태에 준하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부정선거 의혹도 비상계엄 선포의 이유로 꼽았다.
하지만 검찰은 이같은 사정이 헌법상 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 요건인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병력으로 공공의 안녕 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 경우’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다.
또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가 적법했다고 주장하지만 검찰은 국무위원 서명이 없고 회의록이 작성되지 않는 등 절차적으로도 위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국회 무력화 등 국헌문란의 목적이 있었는지도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윤 대통령이 헌법기관인 국회와 선관위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할 목적으로 무장 계엄군과 경찰을 동원해 폭등을 일으켰다고 본다.
반면 윤 대통령측은 탄핵변론에서 군 병력 투입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국회에는 ‘질서 유지’, 선관위에는 ‘시스템 점검’ 차원에서 병력을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막기 위해 군과 경찰에 국회의원을 끌어내라 지시했는지 여부를 놓고도 열띤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이같은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와 상반된 다수의 증언이 나온 상태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아직 의결 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다, (국회)안에 있는 인원들을 밖으로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고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도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계엄 당시 대통령실에서 받았다는 문서에 담긴 ‘비상입법기구’의 성격을 놓고도 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측은 긴급재정명령권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란 주장을 폈지만 검찰은 국회 기능을 무력화시킨 후 별도의 입법기구를 창설하려 했다고 봤다.
이밖에 윤 대통령이 정치인 등 주요 인사 체포를 지시했는지도 쟁점이다. 윤 대통령측은 탄핵심판 변론에서 체포 지시를 부인했지만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싹 다 잡아들이라, 방첩사령부를 도우라"는 지시를 받고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체포 명단을 들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조지호 경찰청장도 검찰 조사에서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체포 대상자 명단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윤 대통령측은 수사기관에서 작성된 주요 내란 관련자들의 피의자 신문조서와 참고인 진술조서 내용을 부인하고 있어 다수의 증인이 법정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형사소송법상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는 피고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만 형사재판의 증거로 쓸 수 있고, 판례상 공범의 피신조서도 피고인이 인정하지 않으면 형사재판의 증거로 쓸 수 없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선 1심 피고인의 최장 구속기간이 6개월인 만큼 오는 7월 중순경 윤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가 내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