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 ‘향후치료비’ 경상환자는 못 받는다

2025-02-26 13:00:23 게재

합의금으로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 관행적 지급, 전체 보험료 상승

국토부·금융당국 대책 추진, 감사원도 지적 … 내년 1월부터 시행

자동차 사고시 사실상 합의금 명목으로 지급되고 있는 ‘향후치료비’가 앞으로 경상환자에게는 지급되지 않는다.

금융당국과 국토교통부는 제도적 근거가 없는 향후치료비를 관행적으로 지급해 전체 가입자의 보험료가 상승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시행을 계획하고 있으며 내년에 갱신·가입되는 보험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26일 국토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국민의 자동차보험료 부담 완화와 사고 피해자에 대한 적정 배상을 지원하기 위한 ‘자동차보험 부정수급 개선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대책은 △자동차 사고 피해 정도에 맞는 적정 배상 체계 마련 △자동차 보험에 관한 불건전 행위 예방·처벌 강화 △보험료 산정 요율, 지급보증 절차 개선 등이 주요 골자다.

정부는 불필요한 보상금 지급이 감소돼 개인의 자동차 보험료가 약 3% 내외로 인하되는 효과(보험개발원 추정)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기 치료 원하면 필요성 인정받아야 = 향후치료비는 치료 종결 이후 장래 발생이 예상되는 추가 치료에 대해 사전 지급하는 치료비를 말한다. 보험사는 조기 합의를 목적으로 제도적 근거가 없는 향후치료비를 지급해왔다.

앞으로는 장래 치료 필요성이 높은 중상환자(상해등급 (1~11급)에 한해 향후치료비를 지급하도록 지급 근거와 기준이 마련된다.

다만 관절·근육의 긴장·삠(염좌) 등 진단을 받은 경상환자(상해등급 12~14급)에 대해서는 통상의 치료기간(8주)을 초과하는 장기 치료를 희망하는 경우 추가 서류를 보험사에 제출하는 절차를 마련하기로 했다. 추가 서류는 보험사가 치료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는 진료기록부 등이다. 현재 자동차보험 적용 경상환자의 90%는 상해일로부터 8주 이내에 치료를 마친다.

보험사가 추가 서류를 검토해 통상의 치료기간을 초과해서 치료할 필요성이 낮다고 판단하면 해당 환자에 대한 지급보증 중지계획을 서면으로 안내하기로 했다. 환자가 보험사의 계획에 동의하지 않거나 분쟁이 생기면 이를 중립·객관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기구와 절차도 마련된다.

금융당국은 “경상환자에게 지급되는 치료비의 경우, 최근 6년간 연평균 증가율이 중상환자(연 3.5%)의 경우보다 2.5배 이상 높은 9%로 2023년 한해에만 약 1조300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또 “보험사는 조기 합의를 목적으로 제도적 근거가 없는 향후치료비를 관행적으로 지급해 2023년 기준 그 규모가 치료비보다 많은 1조4000억원에 달한다”며 “이로 인해 2400만명 이상 가입자의 보험료를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량 끼리 사이드미러 접촉사고가 난 사건에서 운전자(과실 20%)가 척추 삠(12급 경상) 진단을 받고 2주 입원 후 6개월 통원치료를 통해 치료비 500만원, 합의금 300만원 수령한 사례, 차량수리가 없는 후미추돌 사고 피해 운전자가 350만원 상당의 58회 통원치료를 받은 사례 등을 제시했다.

지난해 5월 감사원 감사에서는 근거없는 합의금(향후치료비) 과도 지급, 타 보험 보상과 중복수급이 지적되기도 했다.

향후치료비를 수령하는 경우 건강보험 등 다른 보험으로 동일 증상에 대해서 중복 치료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보험사가 안내하도록 하고 타 보험 관련 기관의 중복수급 탐지를 위한 지원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보험사기 정비업자, 사업 등록 취소 = 보험사기 관련 행정 처분도 강화한다. 보험사기와 관련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정비업자에 대해서는 ‘사업 등록 취소’ 처분을 하기로 했다. 사실상 원스트라이크 아웃제가 도입되는 셈이다. 현재는 금고형 여부와 상관 없이 1차 적발시 사업 정지 10일, 2차 30일, 3차 90일의 조치만 취할 수 있다.

이와함께 마약·약물 운전에 대해는 음주운전 등 다른 중대 교통법규 위반과 마찬가지로 보험료 할증 기준(20%)을 마련하고, 마약·약물 운전, 무면허, 뺑소니 차량 동승자에 대해서는 음주 운전 차량 동승자와 같이 보상금을 40% 감액해 지급하기로 했다.

보험료 산정 요율은 사회초년생 자녀와 배우자에 대한 보험료 부담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개선된다.

자동차보험에 처음으로 가입하는 청년층(19~34세)은 부모 보험으로 운전했던 무사고 경력을 최대 3년까지 인정받을 수 있고, 배우자도 3년까지 인정받게 된다. 올해 상반기 후속 조치 완료 이후 시행될 예정이다. 현재는 배우자의 경우 ‘부부한정특약’으로 운전한 경우만 무사고 경력을 인정받는다.

백원국 국토부 차관은 “이번 개선 방안을 통해 자동차보험 운용 질서를 합리적으로 개선함으로써 자동차보험 가입자의 부담은 낮추면서 사고 피해자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불필요한 자동차 보험금 누수의 문제가 개선될 것”이라며 “제도개선이 보험계약자의 편익으로 직결될 수 있도록 금감원과 함께 보험회사의 부당한 보험금 지급거절이나 보험료 조정의 합리성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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