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도전 한동훈 ‘배신자 낙인’ 벗을까

2025-02-27 13:00:46 게재

측근들과 대선 경선 준비

전대 62% 압승 재연 기대

검사 리더십 극복도 과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5월로 예상되는 조기 대선을 겨냥한 행보를 시작했다. 정치 입문한 지 2년도 안 된 ‘신인’이지만 대선 도전이란 큰 모험에 나선 것이다. ‘배신자 낙인’과 ‘검사 리더십’ 극복이 절실한 과제로 꼽힌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저서 ‘국민이 먼저다’가 출간된 26일 서울의 한 대형 서점 앞에 응원 트럭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한 전 대표는 26일 자신의 저서 ‘국민이 먼저입니다’를 출간하면서 조기 대선 출마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해 12월 대표직을 내려놓고 두 달 동안 잠행했던 한 전 대표는 최근 친한(한동훈) 의원 10여명과 대선 도전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 탄핵을 거치면서 일부 친한 의원들이 떠나갔지만 아직 10여명이 힘을 모으고 있다는 전언이다.

평생 검사로 지낸 한 전 대표는 2023년 12월 윤 대통령 부름을 받고 집권여당 비대위원장으로 정치를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윤 대통령의 신뢰는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가 붕괴되는 건 한순간이었다. 한 전 대표가 윤석열정권의 성역인 ‘김건희 여사 문제’를 건들자, 윤 대통령은 한 전 대표를 ‘배신자’로 낙인찍었다. 한 전 대표에게 고행의 길이 펼쳐진 순간이다. 한 전 대표는 지난해 7월 전당대회에 ‘비윤(윤석열)’ 후보로 출마했지만 62.8%란 압도적 지지율로 당선되면서 윤 대통령과의 1차전에서 이겼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12.3 계엄 선포로 다시 위기를 맞았다. 계엄을 막고 탄핵을 성사시키는데 앞장섰지만, 돌아온 건 더욱 뚜렷해진 ‘배신자’ 낙인이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저서 ‘국민이 먼저입니다’에서 “지금도 계엄을 막으려 한 나를 배신자라고 부르는 프레임 씌우기가 진행되고 있다”며 “하지만 묻고 싶다. 만약 그때 계엄을 해제시키지 못했다면 우리나라, 우리 경제와 안보, 보수진영 그리고 우리 당이 어떤 처지에 처하게 됐을까”라고 밝혔다. 자신은 나라와 당을 위해 할 일을 했을 뿐인만큼 ‘배신자’ 낙인은 억울하다는 것이다. 한 전 대표측은 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면 당원과 보수층에서도 한 전 대표의 진정성을 이해하면서 ‘62.8% 지지’가 상당수 복원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여권 인사는 27일 “한 전 대표 본인은 억울하겠지만 보수층과 당원 사이에서 배신자 프레임이 여전한 게 사실이다. 한 전 대표가 직접 그들을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을 뛰어넘는 리더십을 갖췄다는 것도 입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과 오랜 세월 검사 선후배로 함께 한 한 전 대표는 정치권에서 “술 안 마시는 윤석열”이라는 비아냥에 직면해 있다. 윤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검사 리더십’에 젖어있다는 것이다. 여권 인사는 “두 사람을 겪어본 많은 여권인사들이 한 전 대표와 윤 대통령이 닮았다고 말한다. 한 전 대표가 ‘나만 옳다’는 검사 리더십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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