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 정상, 우크라 종전 해법 온도차

2025-02-28 13:00:01 게재

트럼프 친러행보에 우려

평화유지군 실효성도 논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2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방안과 미-영 무역 협정 등에 대해 논의했다. 양국 정상은 종전 협상의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러시아의 향후 태도와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 문제를 두고 이견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체결 예정인 미-우크라이나 간 광물 협정이 우크라이나의 안전장치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광물, 희토류, 석유, 가스를 개발하는 주요 파트너가 될 것”이라며 “우리가 그곳에 있다면 누구도 장난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협정에는 구체적인 안전보장 조항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머 총리는 “침략자를 보상하는 평화가 되어선 안 된다”며 우크라이나가 힘을 바탕으로 러시아의 추가 침략을 막을 수 있는 강력하고 공정한 평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군대와 항공기를 배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히며, 전후 유럽 평화유지군 구상에 적극 참여할 뜻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 협상과 관련 “진전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으며, 휴전은 곧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빠르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아예 성사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평화협정을 준수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신뢰를 표했다.

하지만 스타머 총리는 명확한 답변을 피하며 “협정은 영속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NATO) 회원국들의 국방비 증액을 촉구하며, 각국이 국내총생산(GDP)의 4~5%를 국방비로 지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스타머 총리는 영국이 국방비 증액을 결정했으며, 2027년까지 GDP의 2.5%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유럽 국가들의 방위비 지출이 부족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속적인 비판을 의식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스타머 총리는 유럽의 공동 안보 보장 필요성을 강조하며, 프랑스 및 기타 유럽 국가들과 함께 평화유지군 파견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백악관 관계자들은 유럽이 충분한 병력을 동원할 수 있을 지에 대해 회의적 입장을 보였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28일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하며 안보 보장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회담은 유럽이 트럼프의 대러시아 화해 움직임에 대한 우려를 적극 전달한 자리로 해석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주 러시아와 단독 회담을 가진 데 이어, 유엔 결의안에서 러시아 비판을 빼는 등 대러 정책에서 유럽과의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AP통신은 “트럼프의 푸틴 신뢰 발언이 유럽의 불안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국 정상은 미-영 무역 협정 체결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영국은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미국과의 무역 협정을 추진해왔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 모두에게 좋은 협정을 맺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국이 미국의 관세 철회를 요청했느냐는 질문에 “스타머 총리가 노력했다”며 “우리는 관세 없이도 가능한 협정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스타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국빈 방문 초청 서한을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수락하며 “두 번째 국빈 방문 초청은 전례 없는 일”이라며 영국과의 관계 강화를 강조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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