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해킹에
GS리테일, 158만건 개인정보 유출 정황 확인 … 편의 우선, 기업·고객 보안의식 부족이 원인
지난달 해킹 공격으로 편의점 GS25 홈페이지에서 9만여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던 GS리테일이 이번에는 홈쇼핑 웹사이트에서 158만건의 개인정보 유출 정황을 확인했다. 이번 사건에 단순한 해킹 방식이 이용된 것으로 알려져 기업과 고객들의 보안의식 부족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GS리테일은 27일 “지난 달 다른 사이트에서 유출된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당사 홈페이지에 다량 로그인을 시도하는 이상 징후를 발견해 분석해보니 편의점 홈페이지에서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정황을 인지하고 해당 고객들에게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운영 중인 모든 인터넷 사이트로 범위를 확대해 최근 1년간의 로그(기록)를 추가 분석한 결과 홈쇼핑 웹사이트에서도 작년 6월 21일부터 지난 13일까지 동일 수법으로 약 158만건의 개인정보 유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GS리테일은 지난달 7일에도 GS25 홈페이지에서 약 9만명의 고객 정보가 빠져나간 사실을 밝힌 바 있다.
당시 GS리테일은 ‘크리덴셜 스터핑’ 방식으로 해킹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크리덴셜 스터핑은 다른 곳에서 입수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로그인 창에 무작위로 대입해 개인정보를 훔치는 방식이다.
GS리테일은 이 사태 이후 회사가 운영하는 모든 웹사이트의 1년간 로그(기록)를 추가로 분석했고, 홈쇼핑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개인정보가 유출된 정황을 확인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처럼 단순한 해킹 공격에 개인정보가 유출된 원인을 기업의 낮은 보안의식에서 찾는다.
대부분 온라인 쇼핑 사이트는 주기적인 비밀번호 변경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불편해하는 고객도 많아 형식적인 고지에 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고객의 편의성도 유지하면서 기업의 보안성을 유지할 수 있는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김명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AI안전연구소장은 “단순한 해킹 수법에도 쉽게 뚫뚫린 책임은 기업과 고객 모두에 있다”면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기업으로선 보안강화로 인해 불편함을 느낀 고객이 경쟁사로 옮겨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대안은 기업이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면서도 해킹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시간과 장소 등 접속 패턴을 감시하다 기존과 다른 행태가 발견되면 우선 차단하고, 등록 휴대전화 등을 통해 재접속을 안내하는 이중보안 등을 활용하면 대부분 차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국감에서 국회 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동아 의원실이 한국인터넷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 해킹이 2019년 418건에서 2023년에는 1277건으로 세 배 이상 증가했다.
이번 사고로 홈쇼핑 웹사이트를 통해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개인정보는 △이름 △성별 △생년월일 △연락처 △주소 △아이디 △이메일 △결혼 여부 △결혼기념일 △개인통관고유부호 등 10개 항목이다. 멤버십 포인트와 결제 수단 등의 금융 정보는 유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GS리테일은 멤버십 포인트와 결제 수단 등의 금융 정보는 유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 GS리테일은 해킹을 시도하는 IP(인터넷 프로토콜)와 공격 패턴을 즉시 차단하고, 홈쇼핑 웹사이트 계정에 로그인할 수 없도록 잠금 처리했다. 이어 로그인 시 본인 확인 절차를 강화하고 비밀번호 변경을 권고하는 메시지를 발송했다
GS리테일은 최고경영진이 참여하는 정보보호대책위원회를 발족해 이번 사고를 조속히 수습하고 이후 해당 조직을 상설 운영해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정보보호 투자 확대와 정보보호 최신 기술 도입, 시스템 고도화, 보안 정책과 보안 전문 인력 강화 등 종합적인 대응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GS리테일은 “믿고 이용해 주신 고객 여러분께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과드리고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추가 피해 방지와 예방을 위해 관련 기관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고, 계속해서 고객, 관계자들과 투명하게 소통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한편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달 GS리테일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 당시 GS리테일로부터 신고가 들어와 조사에 착수했고, 이날 발표한 유출 정황에 대한 신고도 최근에 접수돼 함께 파악하겠다는 방침이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