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적정임금·기능등급제 추진의지 있나”
정부, 5차 건설근로자 고용개선 기본계획 발표
“직업전망 제시, 청년층 유입 역할으론 부족”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배제한 업체 지원책”
건설근로자의 고령화와 숙련인력 부족이 건설산업과 국가 경쟁력까지 위협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27일 5차 건설근로자 고용개선 기본계획 발표했다. 하지만 ‘신규인력 유입’ ‘숙련기능인력 양성’이 기본계획의 핵심인데 그 초석인 적정임금제와 기능등급제에 대한 추진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김문수 장관 주재로 열린 올해 제1차 고용정책심의회에서 ‘제5차 건설근로자 고용개선 기본계획’(2025~2029년)을 심의·의결했다.
5차 건설근로자 고용개선 기본계획은 종사자 규모가 크고 취업유발계수도 높은 대표적인 일자리 창출 산업인 건설업의 성장 둔화와 신규 인력 유입이 저조한 상황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마련됐다.
고용부는 신규 인력 유입 및 성장 지원, 숙련기능인력 양성 체계 강화, 기본 근로여건 보장, 외국인력 체계적 관리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정부는 5차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4차 기본계획도 평가했다. 2020년에 발표된 4차 기본계획에 적정 임금 보장체계 구축과 기능등급제 도입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적정임금제는 건설업의 특성인 다단계 도급을 거치며 하도급 업체의 공사금액을 보장해 2·3·4차 하도급 업체 근로자의 임금이 적정하게 지급되도록 하는 제도다. 기능등급제는 현장 경력, 자격, 교육·훈련을 종합 반영해 건설 직종별로 기능등급을 구분·관리하는 제도다.
고용부 관계자는 “적정임금제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면서 “기능등급제는 제도 활용과 유인 방안이 미흡해 제대로 안착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5차 기본계획에서 적정임금제는 내년 추진 여부를 검토하고 기능등급제는 다시 시범사업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기능등급제 안착을 위해 등급제를 활용하는 업체에 건설업 등록과 입찰·시공 시 단계별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등급 승급에 필요한 최소 경력 연수를 조정하고 승급할 요건에 현장 팀·반장 경력을 추가하는 등 기준을 정비한다. 현재 초급에서 중급으로 승급은 최소 3년, 중급에서 고급은 9년, 고급에서 특급은 21년 경력이 있어야 한다.
또한 고용부는 올해 한국토지주택공사와 한국도로공사가 발주한 공공공사를 시행하는 현장 14곳에 고급 이상 등급 보유자를 필수 인력으로 배치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이에 대해 심규범 건설고용컨설팅 대표(경제학 박사)는 “5차 기본계획의 내용이 빈약하고 지엽적인 항목의 열거에 그치고 있다”면서 “4차 기본계획에서 비해 체계성이나 질적 수준도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건설산업에 청년층의 진입과 육성을 촉진하려면 명확한 직업전망을 제시하고 직업전망이란 일정한 경력에 상응하는 ‘직위’와 ‘임금’으로 구체화돼야 하는데 진입 또는 승급을 해야 할 욕심나는 실질적인 유인이 없다는 것이다.
심 대표는 “기능등급 산정 기준의 개악으로 직업전망으로서의 역할이 불가능해졌다”면서 “외형상 인센티브를 주는 듯하나 기술인에 상응하는 수준의 기능인 활용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도록 직업전망으로서의 의미가 사라지게 된다”고 비판했다.
승급요건으로서 팀·반장 경력을 새로이 추가함으로써 ‘특급’은 사라지고 최고 숙련수준이 담당할 현장대리인이나 등록기준으로서 기능인 활용방안 법제화는 불가능해지도록 했다는 것이다.
심 대표는 “‘연간 186일’이라는 획일적인 근로일수 기준을 불합리하게 적용함으로써 60개 직종 중 많은 직종에서는 초급 및 중급만 존재하고 직업전망에 해당하는 고급 및 특급을 배출하지 못하도록 해 기능등급제의 제도적 기반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열거하고 있는 ‘기능등급제 활용 인센티브’는 시공경험의 담지자인 기능인을 기술인과 동등한 수준에서 대접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단순근로자로 낮춰 보는 매우 잘못된 시각에서 작성된 것”이라며 “오히려 전문 숙련인력인 기능인의 자존심을 훼손하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건설산업노조연맹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지난해 11월 고용부가 관련 논의를 위한 ‘건설근로자 고용개선 전문가위원회’에서 건설노조를 뺀 사실을 지적했다.
건설산업노조연맹은 “고용부가 예산에서 전액 삭감된 건설노동자 교육훈련 예산을 복원하는 계획 없이 건설산업에 대한 청년층 유입과 미래를 위한 계획은 수립될 수 없다”면서 “건설업체 편향 계획, 소원 수리만 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