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협의회, 추경 편성 합의할까
권성동 원내대표 “추경 공감, 민생추경 추진”
소상공인 바우처 이어 취약계층 선불카드 제안
민주당도 “민생·AI·통상 등에 15조~20조원”
탄핵정국으로 사실상 국정 리더십 부재 상태에서 행정부와 입법부 책임자들이 톱다운 방식으로 진행하는 국정협의회에서 시급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등 현안에 대한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연금개혁이나 반도체사업 52시간제 예외 확대 등은 여야간 의견차가 커 합의점을 찾지 못하더라도 추경 편성에는 사실상 원칙적 합의까지 나온 상황이어서 접점을 찾을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탄핵정국에서 심각한 경제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와 전망이 잇따라 나오면서 정치권에 대한 압박이 작지 않은 점도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28일 국회의장실 핵심관계자는 2차 국정협의회와 관련해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5%로 낮추는 등 경제상황이 매우 안 좋은 상황이고 이에 따라 국민들이 정치권에 대한 요구와 기대가 여야 모두에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최대한 합의점을 찾아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은 지난 20일 첫 국정협의회를 가진 데 이어 이날엔 여야가 당대표 대신 원내대표로 교체해 두 번째 합의를 시도하게 된다.
합의 가능성이 가능 높은 현안은 ‘추경 편성’이다. 민주당은 이미 35조원의 추경 규모와 내용을 공개한 바 있다. 그러면서 여당이 ‘이재명표 대선용 추경’이라는 이유로 반대하는 ‘소비 쿠폰’이나 ‘전 국민 지원금’ 등에 대해서는 포기하거나 협상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25일 국무회의에서 “내수 침체가 장기화되고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으며, 고용 여건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며 “주요 기관들은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도 분명하다. 여야 국회의 초당적 협력이 절실하다”며 “‘국회·정부 국정협의회’에서 추가 재정 투입에 대해서도 조속히 의미 있는 결과를 기대한다”고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적어도 추경 편성 합의’에 중점을 두고 있다. “여당에서도 민생추경을 말씀했고, 야당도 규모와 항목은 고수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히기도 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첫 국정협의회에서 추경편성에 여야가 원칙적으로 합의하고 그 이후 한국은행의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5%로 나오면서 여당도 편성 쪽에 무게를 실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태서 국회의장실 공보수석은 지난 국정협의회 이후 브리핑에서 “추경 필요성은 공감했다. 추경은 민생 지원과 인공지능(AI) 등 미래산업 지원, 통상 지원 등 3가지 원칙에 입각해 시기와 규모, 세부 내용은 실무협의에서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고 했다.
이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생 추경 검토를 언급하며 입장 변화를 시사해 주목된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 하향 조정하며 3개월 만에 금리를 인하했다”며 “금리 정책만으로는 경제 위기 극복이 어려운 상황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재정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추경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취약계층에게 두터운 보호망을 제공하고, 식어버린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했다. “추경을 해야 한다면 진정한 민생 추경을 준비하겠다”며 “기초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을 대상으로 1인당 25만원에서 50만원을 선불카드로 지원하도록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미 소상공인 700만명에게 1인당 100만원 가량을 바우처 형식으로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고도 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여야가 이미 합의한 민생, 인공지능, 통상 등에 집중하는 추경으로 한국은행이 제시한 15조~20조원 정도로 편성하는 게 적절해 보인다”면서 “추경은 속도가 중요하다”고 했다.
여야간 의견 차가 큰 연금개혁과 반도체산업 52시간제 예외 확대는 합의점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민주당은 국회 합의를 전제로 하는 자동조정장치를 역제안해 놓은 상황이지만 여당이 수용하기 어려워 보인다. 52시간제 예외 확대는 민주당이 이미 ‘장기과제’로 넘겨놓은 상황이다.
다만 국방장관 임명, 국회 기후특위 구성 등에서 합의점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박준규·박소원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