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관순을 만날까, 이육사를 만날까
3.1절 106주년 앞두고
자치구마다 이색 행사
‘꺼지지 않는 불꽃, 유관순’ ‘독립운동가 이육사 정신 체험’…. 3.1절 106주년을 앞두고 서울 자치구가 독립운동가들의 희생을 주민과 함께 기리는 다양한 행사를 준비했다. 거리 전체를 태극기로 꾸미는 곳도 있다.
서울 중구는 유관순 열사를 택했다. ‘꺼지지 않는 불꽃, 유관순’을 주제로 다음달 말까지 예관동 구청에서 전시회를 개최한다. 열사가 꿈을 키웠던 이화학당, 독립선언을 등사하고 태극기를 만들었던 정동제일교회가 중구 정동에 있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장충단공원에는 열사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구청 1층에서는 ‘불꽃의 기억’을 전시 중이다. 열사의 사진과 독립운동 기록 등을 통해 삶과 투쟁을 조명한다. 1919년을 살고 있는 열사가 오늘날에 전하는 영상편지도 생생하게 구현해 상영한다. 인공지능으로 열사의 모습을 재현하고 공무원 6명이 목소리를 입혔다.
구청 앞 정원과 광장은 ‘불꽃의 바람’으로 탈바꿈시켰다. 초등돌봄센터 어린이들이 태극 바람개비를 만들고 유관순 열사에게 전하는 글귀를 담았다. 긴 의자는 열사와 함께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성북구는 종암동 문화공간이육사에서 3.1절 106주년과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3월 1일 예정된 ‘비밀결사단’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희망하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참가자들은 독립운동가가 되어 대한독립을 위한 임무를 완수하게 된다. 비밀결사단 일원이 돼 독립선언문을 필사하고 이육사 관련 문제를 풀며 독립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방식이다. 구는 “단순한 체험을 넘어 참가자들에게 독립운동의 깊은 의미를 전해 일제강점기의 아픔을 기억하고 독립운동가 이육사의 정신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용산구와 송파구 은평구는 태극기로 시민들 관심을 끌 전망이다. 용산구는 다음달 3일까지 효창공원 일대와 이봉창역사울림관을 ‘태극기 거리’로 조성한다. 지하철 6호선 효창공원앞역부터 효창공원 입구에 이르는 510m 구간에 설치된 가로등에 태극기를 내걸었다. 공원 정문인 창열문 앞 가로수는 ‘태극기 트리’로 탈바꿈했다. 역사울림관의 경우 조경수에 태극기를 꽃잎처럼 설치했다.
효창공원은 국가유산 사적 제330호인 독립운동의 성지다. 백범을 비롯해 이봉창 윤봉길 백정기 의사와 임시정부 요인인 이동녕 차리석 조성환 선생 유해가 안장돼 있다. 안중근 의사 가묘도 효창공원에 있다. 역사울림관은 이봉창 의사의 애국정신을 기리기 위해 옛 집터 인근에 건립한 기념관이다.
은평구는 보물 제2142호 ‘진관사 태극기’를 다음달 1일까지 주요 간선도로에 내건다. 통일로 은평로 증산로 연서로 서오릉로 등 9개 간선도로에 2000개 가로기가 28일부터 내걸린다. 구는 지난 2015년부터 매년 3.1절과 광복절에 태극기와 진관사 태극기를 함께 게양하고 있다.
진관사 태극기는 백초월 스님이 독립운동 당시 사용한 태극기로 2021년 보물로 지정됐다. 2009년 5월 진관사 칠성각 해체 보수공사 과정에서 불단과 기둥 사이에서 다른 독립운동 자료들과 함께 발견됐다.
특히 이번 3.1절에는 녹번동 구청에도 대형 진관사 태극기를 내걸 예정이다. 구청을 방문하는 주민들에게 진관사 태극기에 담긴 애국정신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송파구는 다음달 1일 오전 가락시장 사거리에서 55m 높이에 설치된 대형 태극기와 함께 ‘뜨거운 함성, 민족의 염원, 휘날리는 태극기’ 행사를 연다. 독립유공자와 후손 등 100여명이 함께한다.
한편 강북구는 애국지사들 발자취를 되새기는 ‘독립으로의 열망이 가득한 순례길’을 운영한다. 우이동 솔밭공원을 시작으로 북한산 둘레길 ‘순례길’ 구간을 거쳐 4.19전망대 등을 둘러보는 프로그램이다. 순례길에 잠든 독립운동가들 생애와 업적에 대한 전문 해설이 함께한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