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화장 대란…3일장 비율 42%(전국 기준)

2025-02-28 13:00:08 게재

10명 중 9명꼴 화장, 비율 갈수록 상승

노인인구 증가로 화장시설 부족 ‘심각’

화장시설 부족이 고령화의 또다른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28일 내일신문 취재 결과 최근 독감(인플루엔자)과 폐렴에 따른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3일 안에 장례를 마치는 ‘3일차 화장률’이 42%(전국 기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당시처럼 사망자가 일시에 증가하면 발생하는 ‘화장대란’이 또다시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화장장 부족은 수도권에서 더욱 심각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화장로 가운데 수도권 화장로 비중은 26.5%인 반면 화장 건수는 전국의 39.2를 치지했다. 장례업계 관계자는 “3일 안에 장례를 끝내지 못하거나 원정 화장에 나서는 사례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화장률 상승은 시설 부족 문제를 가중시키고 있다. 2016년 87.5%였던 서울시민 화장률은 지난해 93.7%까지 상승했다. 화장률 증가는 고스란히 건수 증가로 이어져 2020년 한해 5만550건이던 연간 화장건수는 2022년 5만4871건을 거쳐 지난해 5만8670건까지 치솟았다.

◆시설 개선, 광역 공동화장장 모색 = 서울시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증설 및 개선에 나섰다. 현재 서울시가 운영하는 화장장은 고양시 덕양구 소재 시립승화원과 서초구 원지동에 위치한 서울추모공원 두곳이다. 추모공원에는 화장로 4기를 증설하기로 했다. 올 8월 화장로가 증설되면 하루 59건이던 화장 횟수를 85회까지 늘릴 수 있다. 승화원은 스마트화장로를 도입한다. 화장시간을 단축해 화장횟수를 추가할 수 있도록 시설을 개선하는 방안이다. 2026년까지 23개 화장로 전체를 교체할 계획이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경기 파주시 용미리 추모의 집(봉안당)에 안치된 유골과 추모화환이 가득 놓여 있다. 사진 서울시 제공

하지만 전문가들은 늘어나는 노인인구와 사망자 수, 화장률 증가 추세를 감안할 때 화장장 신설이 보다 빠르게 이뤄지지 않으면 화장대란을 피하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장례업계 관계자는 “사망자 수가 가장 많은 시기가 12~2월, 그리고 8월인데 이때는 3일장을 치르는 비율이 30% 밑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며 “사망자 수 증가, 화장률 상승을 감안해 지자체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화장시설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 간 장례비 차등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자기 지역 주민의 화장건수를 감당하지 못하니 가격 차를 둬서 타 지역 수요 유입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민이 서울에서 화장을 하면 12만원이지만 타 시·도 주민이 원정화장을 하려면 100만원을 내야 한다. 서울에서 타 시·도로 가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적게는 2배, 많게는 5배까지 화장비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광역 화장장이 대안으로 지목된다. 지자체들이 여러 지역 주민이 함께 이용하는 화장장을 만들어 시설 부족 문제를 타개하자는 것이다. 견진만 한국외대 행정학과 교수는 “화장시설이 부족한 서울의 경우 충남·북, 강원도와 협력해 공간을 만드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해당 지역 주민 생활 여건 개선에 도움이 될 인센티브를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승화원이 위치한 고양, 파주시와 서울시가 실시하는 ‘동일혜택’ 방식도 하나의 모델로 꼽힌다. 화장장 공간을 제공한 만큼 고양시와 파주시 주민들은 서울시민과 동일한 화장비를 적용받는다. 유동완 한국장례문화진흥원장은 “화장장 예약을 못해 시신을 냉장실에 며칠씩 더 보관하거나 야간 화장을 하고 다시 장례식장에 돌아와 하룻밤을 더 보낸 뒤 시신 안치를 마치는 가족들이 많다”며 “단순히 시설 확대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고인과 유족 모두 최대한 존중받으며 마지막 여정을 함께 할 수 있도록 ‘존엄한 죽음’의 보장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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