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론에 경선룰 변경 요구…이재명 선택은
여야 막론 “대통령 권한 분산” 개헌 요구
조국혁신당·비명계 “대선 경선룰 바꾸자”
이 “내란종식 집중” 선 긋지만 고심 커져
차기 대선 주자 지지 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통령 권한 분산을 골자로 한 개헌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민주당 비명계와 조국혁신당 등 야권에선 대선 경선룰 변경을 요구하고 나섰다. ‘내란 종식에 집중할 때’라며 선을 긋고 있는 이재명 대표의 고심이 커질 전망이다.
대통령 권한에 대한 제한과 분산을 골자로 한 개헌 이슈는 여야를 막론한다. 국민의힘이 개헌특위를 구성하고 한동훈 전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이 4년 중임제·차기 대통령 임기 단축을 주장하며 개헌론 연대에 합류했다. 탄핵심판 선고를 앞둔 윤석열 대통령도 최후진술에서 ‘직무 복귀 후 임기 단축 개헌’을 언급했다. 여당의 개헌안과는 거리가 있지만 야당 안에서도 김부겸 전 총리, 김동연 경기지사가 개헌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2단계 개헌론을 언급하며 이 대표의 입장을 요구하고 있다. 4일 서울대학교 국가미래전략원이 개최하는 ‘국가원로들 개헌을 말하다’ 대담회에는 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김형오·강창희·정의화 국회의장, 정운찬·김황식·이낙연·김부겸 전 국무총리,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 회장,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참여한다.
‘개헌’을 고리로 1위 주자인 이재명 대표를 포위해 압박하는 모양새가 만들어지는 양상이다. 이 대표는 개헌논의가 정치적 블랙홀로 작동해 내란 사태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결선투표·4년 중임제·감사원 국회 이관 등 개헌과 관련한 자신의 공약이 변함없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이 대표의 개헌 구상은 이미 나왔고, 탄핵이 완성된 후 내란이 종식되고 헌정질서가 복구되면 다시 논의하는 기회가 올 것”이라며 “내란사태에 대한 진상규명을 묻어두고 개헌으로 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가 내려진 후 조기 대선이 확정된다면 당 안팎의 개헌논의 요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3일 MBC 라디오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이 있은 다음, 대선 과정에서 새로운 나라의 디자인을 어떻게 하느냐는 논의들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야권 분열 방지를 위한 방안으로 제기된 ‘열린 경선’ 요구도 주목할 대목이다. 민주당뿐 아니라 탄핵연대에 참여한 야권이 모두 참여하는 경선룰을 적용해 ‘새로운 다수파 연합’의 기반을 다지자는 것이다. 민주당 내 비명계(비이재명계)에서 ‘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을 주장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현행 민주당 대선경선은 ‘국민 50%·당원 50%’를 각각 반영하는 예비경선과 당원·국민이 참여하는 ‘선거인단’ 본경선 방식으로 진행된다.
조국혁신당은 4일 “내란 종식과 헌정수호,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대선 오픈 프라이머리를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국민주권 아레나 2025’로 이름붙인 경선방식은 야권과 시민사회 등이 추천하는 후보가 참여해 1차 컷오프, 2차 경선, 3차 결선투표로 진행하는 방식이다. 각 정당 당원과 지지자가 선거인단으로 참여해 대선후보와 대선공약에 각각 투표해 후보를 배출하지 못하는 진영도 대선공약을 반영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권한대행은 “내란 극우 세력의 준동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정권교체 이상이 필요하다”면서 “국민의 절박한 마음을 더 모으고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심관계자는 “(국민주권 아레나 2025가) 야권과 시민사회 등을 대표하는 명실상부 야권 대표후보가 되는 것이고 무엇보다 실질적인 연합의 틀이 마련되기 때문에 모두의 승리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혁신당은 정당을 초월한 경선과 관련해 선관위의 유권해석 등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지도부는 당장 대선 룰 변경이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이다. 조기 대선이 이뤄질 경우 국민경선을 위한 선거인단 모집 등을 고려하면 시간상 너무 촉박하다는 점 등을 강조하고 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3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돼 조기대선이 이뤄질 경우 자체 경선 기간은 한 달이 채 안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현재 마련돼 있는 제도로 서둘러 진행될 수밖에 없지 않겠나”고 말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