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상속세 감면안, 최상위 감세정책”

2025-03-05 13:00:09 게재

참여연대 - 한국도시연구소 보고서 발표

10억~18억원 공제한도 확대 구간 가구 분석

평균 순자산 17억원, 연소득 1억4000만원

더불어민주당이 제시한 ‘10억~18억원 상속세 공제 확대’ 방안에 대해 “아파트 소유가구 상위 5~6%, 최상위계층만을 위한 노골적인 감세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최상목 권한대행, 성실 납세 세리머니 참여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에서 열린 제59회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서 성실 납세 세리머니에 참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홍정훈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참여연대가 주최한 ‘상속세 감세 주장이 숨기고 있는 쟁점들 바로보기’ 기자간담회에서 “상위 계층으로 구성된 소유자 사회에 갇힌 민주당의 인식이 드러내는 상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24년 공동주택가격정보와 공동주택가격공간정보(공시가격 자료), 2024년 가계 금융복지조사 자료를 집중 분석했다.

홍 책임연구원은 민주당이 제시한 상속세 소득공제 확대범위인 10억~18억원 아파트 1채를 보유한 가구의 자산 구조를 따져 봤다. 민주당은 10억원대의 아파트 한 채를 가지고 있는 ‘중산층’이 이를 상속할 때 세금을 낼 수 없어 집을 팔아야 하는 문제를 해결해줘야 한다는 점을 공제확대의 이유로 들었다.

2024년 공시가격이 7억~12억6000만원인 아파트는 전체의 4.4%인 55만호였다. 12억6000만원을 넘는 아파트는 1.9%인 23만호였다. 공시가격이 실가격의 70% 정도를 반영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시가격 7억~12억6000만원은 민주당 공제한도 확대 범위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아파트 중 공시가격 7억~12억6000만원대의 비율이 20%이상인 시군구는 서울 자치구와 경기 과천시, 성남시 등 17곳이었고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는 12억6000만원이상 아파트 비중이 많아 ‘7억~12억6000만원 구간 20% 이상’에서 빠졌다. 145개 시군구에는 공시가격이 7억~12억6000만원인 아파트가 하나도 없었다.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거주 주택의 시장가격이 10억~18억원인 가구의 비율은 전체의 2.8%인 63만 가구였다. 수도권 거주비율이 86.1%, 남성 가구주 비율이 85.9%였다. 60세이상 가구주 비율은 47.2%였다. 일을 하지 않는 사람(26.4%)과 전문가(26.5%)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사무종사자가 18.6%, 판매종사자가 8.6%, 관리자가 6.7%로 뒤를 이었다.

연간 가구 소득을 보면 1억원 이상이 60.9%로 가장 많았다. 가구 총 순자산은 20억원이상이 23.0%였다. 10억~20억원은 58.7%였다. 순자산 10억원을 넘는 가구가 81.7%에 달하는 셈이다.

홍 책임연구원은 “10억~18억원 아파트를 보유한 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17억2739만원, 연평균 경상소득은 1억4510만원”이라며 “상속세 감면 대상이 집 한 채만 소유한 노인가구라는 인식은 오류일 가능성 크다”고 했다.

공동소유 형태의 아파트가 많아져 상속세 공제 확대로 실제 공제 범위보다 더 고액의 자산을 가진 가구들이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지목됐다. 2018년 이후 종합부동산세를 회피하기 위해 공동소유주택이 크게 늘었다. 전국적으로는 2017년이후 2023년까지 44%가 증가했다. 홍 책임연구원은 “보유세 중과세를 회피하기 위해 배우자 증여재산 공제(6억원)를 활용한 공동소유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민주당의 공제범위 확대안을 제시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공동발의자 5명이 사실상 이 법안이 개정된다면 신규 혜택자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홍 책임연구원은 “상증세 개정안 공동발의자 5명은 본인 보유주택 소재지나 지역구가 직접적인 이익을 얻는 아파트 비중이 높고 나머지 공동발의자 8명은 지역구 유권자와 동떨어진 채 최상위계층 편향적인 법안에 서명했다”고 했다.

한편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날 국민의힘의 최고세율 인하 논리에 대해 자료를 토대로 반박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법정 최고세율이 50%라고 하더라도 각종 공제가 많다면 실효세율은 낮아진다”며 “2023년 상속세 과세가액 대비 실효세율은 23.1%, 과표 대비 실효세율은 36.2%”라고 했다. 경제적 실질에 따른 실제 상속인이 받은 재산은 피상속인이 남긴 재산인 총재산가액에서 비과세 재산가액과 각종 채무 등을 뺀 게 ‘상속세 과세가액’이다. ‘상속세 과세가액’ 산정 이후에 기초공제, 배우자공제 등 각종 공제를 하면 ‘과표’를 산정할 수 있다.

그는 “전체 상속세 납부액의 59.6%를 부담하는 극 최상위 100명(0.03% 이내)의 과세가액 대비 실효세율은 44.2%”며 “0.06%~0.09%에 속하는 83명의 실효세율도 25%에 불과하다”고 했다. “최상위 1% 구간(0.96%~1.02%) 피상속인 200명의 과세가액 대비 실효세율은 13.9%, 최상위 2% 구간(1.98%~2.04%) 피상속인 200명의 과세가액 대비 실효세율은 7.6%에 불과하다”고 했다. 2023년엔 35만명에서 상속이 발생(사망, 피상속인)했다. 이 중 상속세 납부 의무가 발생한 피상속인 수는 1만9944명으로 2만명을 채 넘지 않았다.

이 수석연구원은 “상속세는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여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데에도 필요하다”며 “상속 소득을 노동소득보다 더 우대해준다면 조세중립성이 훼손되어 조세제도가 경제주체들의 경제적 선택을 왜곡하여 시장의 비효율성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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