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도서관 전자책 대출, 저작권 침해 아냐

2025-03-06 13:00:06 게재

법원, 출판사 손배소송에서 경기도측 승소 판정 … “도서관·출판 공존 노력 필요”

2021년 5월 출판사 8곳은 경기도사이버도서관의 전자책 서비스와 관련해 ‘전자책 대출 서비스 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4년여에 걸쳐 3심까지 재판이 진행된 끝에 1월 경기도사이버도서관을 운영하는 경기도 및 경기문화재단이 승소했다. 법원은 경기도사이버도서관의 전자책 대출 서비스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경기도사이버도서관의 전자책 대출 서비스에 대한 출판계의 소송과 관련해 법원이 도서관의 주장을 들어주자 도서관계는 환영하고 있다. 경기도사이버도서관의 전자책 대출 서비스는 통상적인 공공도서관의 전자책 대출 서비스와 동일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에 해당 소송의 결과에 따라 공공도서관의 전자책 대출 서비스의 적법성 여부가 결정되는 상황이었다.

6일 이호신 한성대 교수는 “이번 판결은 전자책 대출 서비스가 종이책 대출 서비스와 유사한 환경에서 이뤄진다고 하면 허용이 되는 것으로 인정을 하고 있어 도서관계에서는 환영할 만하다”고 말했다.

◆전자책 대출에 대한 문제제기 =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는 출판사들이 소송을 제기할 당시 관련 보도자료에서 저작권법 제31조에 따라 전자책은 도서관 안에서의 ‘관내열람’만이 가능하며 관외대출을 허용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어디서나 열람이 가능한 경기도사이버도서관 전자책 대출 서비스는 저작권법 침해라는 주장이다.

이에 앞서 출협은 같은해 2월 한국도서관협회(도협)와 각 공공도서관에 공문을 통해 ‘저작권법을 위반하는 온라인 전자책 대출 서비스 중단 요청’을 밝혔다.

이에 도협은 ‘출협의 온라인 전자책 대출 서비스 중단 촉구에 대한 도협의 입장’을 발표했다. 입장에서 도협은 “계약의 대상이 되는 전자책은 저작권자 또는 배타적 발행권자의 동의가 이뤄진 것”이라면서 “전자책 서비스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도서관이 저작권법을 위반하거나 저작권자, 출판권자, 배타적 발행권자의 권리를 침해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저작권법 제31조, 공간 제약 완화 취지 = 판결을 보다 구체적으로 보면, 법원은 출판사와 유통사의 계약 및 경기도사이버도서관과 유통사의 계약을 검토했다. 이를 기반으로 법원은 경기도사이버도서관의 전자책 대출 서비스가 1권당 5명이 동시에 대출하고 동시 대출자가 5명이 넘을 시 대출예약을 하도록 기술적으로 구현함으로써 전자책이 지니는 장점을 상당 부분 포기해 종이책 대출 서비스와 동일한 서비스라고 판단했다.

이어 저작권법 제31조에 따라 ‘관내열람’만 가능하다는 출판계의 주장에 대해 저작권법 제31조의 취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도서관은 도서관법에 따른 국민의 정보기본권 신장과 사회 문화발전에 기여해 지식문화 선진국을 창조하는 데 중요한 기반시설이다. 또한 저작권법 제31조는 도서관의 복제 및 전송을 허용함으로써 저작권자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지 않는 한에서 공간적 제약을 완화해 이용자의 편의를 도모하려는 조항이다.

따라서 경기도사이버도서관이 공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이용자의 편의를 도모하고자 하는 저작권법 제31조를 들어 이용허락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그 취지와 달리 적용하는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에 최종적으로 판결문은 “서비스의 운영에 따라 도서관 회원에게 전자책이 복제 전송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복제 전송은 원고(출판사)들이 체결한 계약에 기초한 것으로 원고들의 복제 전송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계약서에 구체적 방법 포함해야” = 이에 따라 공공도서관들은 보다 안정적으로 전자책 대출 서비스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법원이 공공도서관의 전자책 대출 서비스에 대한 저작권법 제31조 적용과 관련한 판단을 명확하게 내렸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코로나19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전자책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 당시 독자들은 서점이나 공공도서관을 방문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후 전자책 독서율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 전자책 독서율은 19.4%를 기록했다. 2019년 16.5%, 2021년 19.0%에서 계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공공도서관들은 관련 예산을 확충하며 전자책 대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다만 공공도서관들이 유통사와 계약을 체결할 때 보다 상세한 내용들이 포함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 교수는 “경기도사이버도서관은 유통사와 계약서를 구체적으로 잘 작성한 사례”라면서 “공공도서관이 전자책 구매를 할 때는 서비스 주체 및 기간, 장소의 범위, 동시 사용자 수 제한 등 구체적 방법을 포함해야 하며 관련 표준계약서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독서문화생태계 주체들 협력 필요 = 보다 장기적으로 다양한 방식의 독서 및 서비스에 대해 독서문화생태계에 속하는 각 주체들의 긴밀한 소통과 교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기술의 발전으로 전자책 대출 서비스를 비롯한 다양한 서비스들이 나타나고 있으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방식의 독서에 대한 호응이 높은 상황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독서율이 낮은 국가에 속한다.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 종합독서율(종이책 전자책 오디오북 독서 포함)은 43.0%로 나타났다. 2013년 72.2% 이르렀던 독서율은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다. 독자의 감소는 결국 출판산업 및 도서관 이용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교수는 “전자책 시장 초기에 도서관이 전자책의 안정적 구매처 역할을 했으며 앞으로도 관련 예산을 확충해 출판계와의 공존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면서 “또한 도서관은 공공기관으로 위법한 서비스를 하지 않는다는 데 대한 출판계의 신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찬수 책문화콘텐츠연구소 대표는 “책생태계는 원천 콘텐츠인 책을 중심으로 종사자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면서 “관련 사안에 대한 결정을 외부에 의존하기보다 책생태계 내부에서 협력해 제도를 개선하고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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