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회생 신청 후폭풍…개인투자자 수천억 손실 우려
상품권 사용 중단에 제2의 티메프 사태 불안 고조
사측 “기업어음·전자단기사채·ABCP 모두 변제”
국내 2위 대형마트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 후폭풍이 거세다. 금융채권 상환이 유예된 가운데 기업어음(CP)과 단기사채 투자자들이 수천억원의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라면세점과 CJ푸드빌, 에버랜드 등 상품권 제휴사들이 홈플러스 상품권 사용을 중단하면서 제2의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가 재연될 불안감도 커졌다.
한편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에 대한 고가 차입인수와 경영실패, 먹튀 논란 등 비판 여론이 커지는 가운데 홈플러스 측은 6일 오전 “홈플러스가 발행한 CP와 전단채는 물론 홈플러스의 신용카드 매입채무를 기초자산으로 증권사들이 발행한 ABCP 모두 회생절차에 따라 승인되는 회생계획에 의하여 변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생 신청 직전까지 일반투자자 대상으로 자금 조달 = 이날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기업회생을 신청하기 직전인 지난달 21일에도 70억원을 발행하는 등 회생 신청 직전까지도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단기 운영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영증권과 BNK증권, 한양증권을 통해 지난달까지 발행한 CP 잔액은 1160억원에 달한다.
홈플러스 CP 발행을 가장 많이 주관한 신영증권의 CP 발행 잔액은 780억원, BNK증권은 210억원, 한양증권은 170억원 규모다. CP는 1년 미만 단기 채권으로 회사채를 발행할 수 없는 기업이 자금 조달 창구로 사용한다. 홈플러스는 올해만 280억원을 발행했다. 기업회생을 신청하기 직전인 지난달 21일에도 70억원을 발행했다.
홈플러스가 갚아야 하는 카드대금채권 유동화 금액도 3800억원에 달한다. 홈플러스가 자재 및 상품 구매대금 등을 조달하기 위해 활용한 매입채무 유동화에도 리테일 자금이 투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 물량이 일반 개인과 법인을 대상으로 하는 리테일 부문에서 판매된 것으로 보인다. 리테일 투자자는 일반 개인투자자나 법인 등으로 자금운용 등의 목적으로 투자했을 가능성이 크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고려하면 CP 및 전단채 투자자 대부분이 리테일일 것으로 보인다”며 “증권사 영업점에서 개인이나 일반 법인들이 자금 운용 등의 목적으로 담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들은 메리츠금융그룹과 달리 확실한 담보가 없다”고 말했다.

◆국민연금도 손실 위기 = 국민연금이 투자한 6000억원도 손실을 볼 위기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9월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SPC(특수목적법인·한국리테일투자)를 만들고 이를 통해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해 약 7000억원을 조달했다. 이때 국민연금이 상환전환우선주로 6000억원, 나머지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1000억원을 투자했다.
홈플러스는 향후 ‘담보채권자-무담보채권자-SPC가 발행한 RCPS 투자자-SPC에 출자한 기관투자자’ 순으로 변제권을 갖게 된다. SPC 투자자 및 출자자는 기본적으로 홈플러스 지배기업인 SPC에 투자한 것이어서 채권자에 비해 후순위로 분류된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상황(EBITDA 대비 이자보상배율 0.7배)이기 때문에 만일 홈플러스가 향후 자산을 매각해 채권자에게 지급한다면, 담보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 이외에는 상당수가 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
MBK가 자산 매각을 통해 본인들의 투자금을 성공적으로 회수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MBK는 지난해 메리츠금융그룹과 1조3000억원 규모 홈플러스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재융자)을 통해 은행 등 기존 기관투자자로부터 받은 인수금융 대출을 차환한 바 있다. 메리츠금융 등에는 확실한 담보를 제공해 손실을 끼치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기관과 개인 등 소액 투자자들은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구조를 짠 것이다.

◆상품권 사용 줄줄이 중단 = 홈플러스 회생절차가 개시되면서 신라면세점과 CJ푸드빌, 에버랜드 등 상품권 제휴사들이 홈플러스 상품권 사용을 중단했다. 신라호텔과 신라스테이는 현재 사용이 가능하지만, 홈플러스측과 협의해 사용 중단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오크밸리는 현재 사용 가능하며 HDC아이파크몰은 사용 중단 여부를 검토 중이다.
홈플러스 상품권은 홈플러스 매장 외에도 음식점, 영화관, 호텔 등 20개 이상 제휴사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가 알려지고 신용등급이 한 차례 더 내려앉으면서 제휴사들이 잇달아 상품권 수취를 중단하고 있다. 홈플러스가 티메프 사태처럼 번져서 변제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다만 홈플러스측은 “홈플러스 상품권의 96%는 홈플러스에서 사용되고 있고 제휴사 사용 비중은 4% 수준”이라며 “현재 홈플러스에서는 상품권 사용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한편 홈플러스 상품권은 연간 발행액이 2000억원을 웃돈다. 96% 이상이 홈플러스 내부에서 사용되지만, 외부 제휴처에서 사용되는 규모도 연간 70억~80억원에 달한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