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통합행보, 말 한마디에 ‘흔들’
“체포안, 당 일부가 검찰과 짜” 파장 확산
“증거없고 추측” “사실관계 짚어야”
비명계, 사과 요구하며 “통합쇼냐” 비판
유튜브 등 출연·발언 자제 요구도 나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유튜브에 출연해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과 짜고 자신을 체포하려고 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놔 비이재명계 중심으로 강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비명계 주요 인사들을 만나 ‘통합 행보’를 이어가던 이 대표의 진정성에 커다란 오점을 남기며 당내 분란의 불씨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6일 친문재인계로 분류되는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이 대표가 지난 21대 국회에서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것을 두고 ‘당내 일부와 검찰이 짜고 한 짓’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악수 중 악수”라며 “(이 대표) 스스로 만든 공든 탑이 무너져 버리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전날 유튜브 방송 ‘매불쇼’에 나와 21대 국회에서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던 일과 관련해 “당시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벌인 일과 당시 당내 움직임 등을 맞춰보니, 당내 일부하고 (검찰이) 다 짜고 한 짓”이라며 “증거는 없고 추측이지만, 타이밍을 보면 연관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예를 들면 당내 유력한 분이 ‘처벌될 거니까 당 대표를 그만둬라’라며 시점을 정해줬는데, 나중에 보니 영장 청구 시점과 거의 맞아 떨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지목된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총선 공천에서 대거 탈락한 것에 대해 “당원들이 책임을 물은 결과”라며 “제가 그들을 구체적으로 제거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어 “(가결파 의원에 대해서는) 당원과 국민이 책임을 물을 거라고 봤다. 그 행위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그게 민주적 정당”이라며 “하필 체포동의안 관련 논란이 있던 시점에 민주당 의원평가가 이뤄졌는데, 가결표를 던진 것으로 의심받은 사람들이 당원 및 의원들 간 상호평가 등에서 엄청난 감점을 받았다”고 했다. “제가 총선 과정에서 배제한 사람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는 사람 4명, 정무적으로 판단한 사람 3명 등 7명뿐이고, 나머지는 경선했는데 당원들이 다 가려낸 것”이라고도 했다.
고 의원은 “(이 대표가) 정책 행보를 계속하며 이슈를 선점하고, 당내 통합을 이루려는 행보도 많이 해서 국론이 분열된 대한민국을 통합하려 노력하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봤는데 그 발언으로 두 가지 공든 탑이 다 가려질 것 같아 걱정”이라며 “어쨌든 이 대표가 뚜껑을 열었으니 사실관계를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고 했다.
비이재명계 대선 주자인 김두관 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21대 민주당 국회의원 중 한 사람으로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며 “(이 대표의 발언은) 내부의 비판 세력을 겨냥한 분열의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김 전 의원은 “국민통합을 시대정신으로 제시해 놓고 국민통합은커녕 당내 분열부터 조장하는 이 대표의 본모습은 무엇인가”라며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박지원 의원 역시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통합 행보를 하면서 구태여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다”고 말했다.
전날 또다른 비명계 대권주자인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의원이 검찰과 (짜고서) 그런 식으로 할 것이라고는 상상이 잘 안 된다”고 언급했다.
총선 낙선·낙천자 중심 비명계 모임인 초일회도 입장문을 통해 “동료에 대한 인격 모독이자 심대한 명예훼손”이라며 “당내 통합을 얘기하면서 분열주의적 발언을 한 데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앞에서 웃고 뒤에서 칼을 꽂는 격이다. 통합 행보는 쇼였나”라며 “이 대표는 즉각 막말에 대해 사과하라”고 했다.
비명계의 반발에 이 대표는 “이미 다 지난 일”이라며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당의 모든 역량을 모아 혼란 상황을 극복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입장이 다른 부분들은 있겠지만, 엄혹한 환경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춰 우리가 할 일을 함께해 가면 좋겠다”고 했다.
친이재명계 모 의원은 “이 대표가 편하게, 쉽게 설명하려고 하다보니 말 실수를 많이 할 수밖에 없어 말을 자제할 것을 요구하지만 본인이 말하기를 좋아해 막기가 어렵다”면서 “조기 대선을 앞 둔 시점인 만큼 설화 한 방에 중도층이 이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유튜브 등 출연을 자제하고 발언에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