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가바이오위원회 출범과 한국 의료기기 산업의 도약

2025-03-11 13:00:01 게재

세계 의료기기 산업의 패러다임이 혁신적으로 재편되는 대전환기에, 한국은 글로벌 무대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연이어 거두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진단키트와 의료 시스템은 세계적 인정을 받았다.

최근 인공지능 의료기기, 디지털 치료기기, 원격의료 플랫폼, 개인 맞춤형 의료기기 등 신개념 헬스케어 솔루션에서 한국 스타트업의 혁신 역량이 두드러지면서 의료기기 산업은 한국의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의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부상

의료기기 산업은 경제적 가치 창출을 넘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켜 국가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육성해야 하는 분야다. 국내 의료기기 시장은 최근 5년간 연평균 10% 가까이 성장하여 현재 10조원 이상의 규모로 확대되었으며, 무역수지 면에서도 4년째 흑자를 기록하는 중이다.

그러나 세계 의료기기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여전히 2% 내외에 머물러 있어, 글로벌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체계적인 전략과 지원이 필요하다. 이러한 배경에서 국가바이오위원회의 출범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첫째, 의료기기 연구개발에서 제품화까지의 과정에서 겪게 되는 ‘데스 밸리’를 극복하기 위한 범부처 협력이 강화될 것이다. 특히 의료기기 분야는 대표적인 융합형 지식산업으로, 부처 간 협업 체계가 효과적으로 작동할 경우 기술 상용화 성공률이 높아진다. 이미 지난 6년간 과기정통부 산업부 복지부 식약처의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을 통해 다양한 협업 성과를 도출해낸 바 있다. 이를 기반으로 새롭게 추진 중인 ‘범부처 첨단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를 성공적으로 통과할 경우, 의료기기 산업은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이할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적 지원도 확대될 수 있다. 반도체 산업에 버금갈 정도로 거대한 세계 의료기기 시장이 2030년까지 약 8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가바이오위원회를 통해 해외 인허가 지원, 국제 협력 네트워크 구축 등을 체계적으로 추진하는 경우 제2의 반도체 산업으로 성장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본다.

글로벌 선도국가 도약의 포석

셋째, 의료기기 규제의 합리적 개선을 통해 혁신 제품의 시장 진입 시간을 단축하는 데 국가바이오위원회가 소통창구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신기술 의료기기는 식약처 승인에서 건강보험 등재까지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데, 이 기간을 향상된 규제과학을 통해 단축한다면 기업 경쟁력과 환자의 첨단 의료기기 접근성이 모두 향상될 것이다. 현재 디지털의료제품이나 혁신적 의료기기의 신속한 시장 진입을 위해 다양한 규제체계의 개선이 추진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위원회의 규제개선 노력을 통해 안전한 기기들이 빠르게 환자들에게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국가바이오위원회의 출범은 한국 의료기기 산업이 글로벌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포석이 될 수 있다. 다만 단기적 성과에 집중하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바이오헬스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정부 학계 산업계 의료현장이 함께 협력하여 미래 의료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면, 경제적 가치의 창출과 국민 건강 및 생명 보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김법민 고려대 교수 국가바이오위원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