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세 변덕에 북미 3국 경기침체 위험 증가”

2025-03-11 13:00:16 게재

“미·캐·멕 경제 흔들려” 로이터 경제전문가 조사

미국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 정책을 반복적으로 변경하면서 북미 3개국 모두에서 경기침체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고 로이터통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한 무역 정책이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으며, 기업들의 투자와 소비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이터가 3개국의 주요 은행 및 연구기관 소속 경제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지난주 실시한 정기 설문조사에 따르면, 캐나다·멕시코·미국의 경제 전망이 전반적으로 악화됐으며, 자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응답이 95%(응답자 74명 중 70명)에 달했다.

도널 트럼프 대통령은 올 1월 말 멕시코·캐나다 수입품에 25% 관세 부과를 발표했다가 2월 초 한달간 유예했다. 이후 3월 초에 관세를 시행하고 불과 하루 만에 자동차 대상 면제를 발표했고, 다시 두 나라 전체를 대상으로 한 달간 추가 유예했다.

이처럼 오락가락하는 과정이 되풀이 되면서, 기업들은 경영 계획을 세우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바클레이즈의 수석 경제학자 조너선 밀러는 “매시간마다 새로운 관세 발표가 나오고 있어 경제환경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경기침체 위험이 커졌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이 소비와 투자를 미루면서 경제 성장률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인플레이션 상승과 경기 위축이라는 이중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로이터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5%가 미국의 단기 인플레이션 위험이 높아졌다고 답변했고, 전문가 70%가 올해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금리인하 결정을 서두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02명의 전문가 중 55%는 올해 중반까지 기준금리(4.25~4.50%)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고, 45%는 올해 한 차례 금리인하나 동결을 예상했다.

캐나다와 멕시코도 미국의 관세 혼란 속에서 경제적 충격을 받고 있다.

캐나다 중앙은행(BoC)은 오는 3월 12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관세 정책의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확실한 전망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다.

RBC은행 수석 경제학자 클레어 팬은 “많은 경제 활동이 일시적으로 중단된 상태”라며 “불확실성이 너무 커서 금리정책을 예측하는 것조차 어렵다”고 했다.

멕시코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계속 집권하는 한 투자자들의 불확실성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멕시코시티 소재 투자사인 인벡스(Invex)의 한 애널리스트는 “미국과의 무역 긴장 속에서 멕시코 경제의 성장 둔화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멕시코 금융그룹 악틴베르(Actinver)의 경제 부국장 라몬 데 라 로사는 “만약 관세가 장기화하고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한다면, 멕시코 중앙은행(Banxico)은 금리인하에 더욱 신중한 태도를 취할 것”이라며 “3월에는 0.50%포인트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이후 추가 금리 인하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지난 6일 “미국의 관세 정책이 캐나다와 멕시코 경제에 장기적으로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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