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경기침체 공포에 나스닥 4% 폭락
대형 기술주 중심 2년 반 만에 최대폭 하락
코스피 2% 급락 출발 … 환율 1460원 육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 정책에 따른 경기침체 공포가 커지면서 미국 증시가 일제히 폭락했다. 대형 기술주의 급락으로 나스닥은 2년 반 만에 최대폭으로 떨어졌다. 뉴욕증시 폭락은 국내 주식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11일 코스피와 코스닥은 2%대 급락 출발했고 원달러환율은 1460원에 육박했다.
1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일 대비 2.08%, S&P500지수는 2.70%, 나스닥은 4.00% 급락하며 장을 마감했다. 이날 오후 장중 한때 5% 떨어지기도 했던 나스닥지수는 인플레이션 충격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지난 2022년 9월 13일(-5.16%) 이후 2년 6개월 만에 최대낙폭을 기록했다. 기술적으로 조정(correction) 판정이 가능한 상태까지 떨어졌다. S&P500 지수는 지난달 기록했던 고점 대비 8.7% 하락해 조정국면(전고점 대비 10% 하락) 구간에 근접했다.
관세전쟁으로 물가가 상승하고 이에 금리인하 속도는 더뎌지는 등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상승)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커진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경기침체 우려에 무덤덤한 태도를 보이자 공포에 빠진 투자자들이 투매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공개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부를 다시 미국으로 가져오기까진 시간이 걸리며 단기적 경기침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발언했다. 이는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일시적 경기충격을 감내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을 부추겼다.
트럼프행정부가 예상보다 강도 높은 관세정책을 고수하면서 월가 대형은행들은 속속 미국 경제가 침체에 진입할 확률을 올리는 한편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하향 조정에 나서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의 GDP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1.7%로 낮추고 관세 및 보호무역정책이 경제에 고물가와 금융시장 혼란 등의 충격을 초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HSBC는 관세 불확실성을 이유로 미국 증시 의견을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JP모건은 S&P500지수가 5200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주요국의 보복관세 정책 단행도 증시에 불안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날 캐나다 차기 총리로 선출된 마크 카니 자유당 대표가 강경하게 미국에 보복관세로 대응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폐막을 앞둔 중국 양회에서도 기존대로 대미국 보복관세가 단행될 것이라는 점도 관세정책에 따른 경기침체 공포를 확대시켰다.
경기침체 우려에 반도체주들은 일제히 큰 폭의 약세를 보였다. 미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5.39%)이 엔비디아와 같은 5%대 하락률을 기록했고,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 주가는 3.64% 떨어졌다. 퀄컴(-3.87%)과 AMD(-3.67%), 마이크론(-6.33%), 마벨 테크놀로지(-7.30%) 등도 일제히 하락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4.85% 하락 마감했다.
오너리스크 등으로 1분기 차량 인도 감소 전망이 제기된 테슬라의 경우 15.4% 폭락하는 등 지난 2년간 강세장을 주도했던 ‘매그니피센트7’ 종목의 낙폭이 컸다. 일명 ‘공포지수’로 불리는 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전 거래일보다 4.49포인트 오른 27.86으로 상승했다.
시장금리는 하락했다. 2년물과 3년물, 5년물 국채금리는 모두 3%대로 떨어졌다. 경기동향을 반영하는 10년물 국채금리 또한 전일 대비 9bp 하락한 4.21%를 기록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