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혁신기업인 열전 ③ 박종근 녹돈영농조합법인 대표
사료부터 양돈·가공·유통까지…축산업 경영혁신 모범
경기침체 속 사업다각화로 성장세 … 2030년 매출 2000억원 목표
무항생제 고기만 생산 … 철저한 관리로 20년간 집단폐사 전혀 없어
“축산업계 하림 될터” … 직영농장 5만두 사육, 도축가공 10만두 추진
세계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미국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세계는 강력한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로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 한국은 지속되는 저성장에 고환율, 수출경쟁력까지 떨어지고 있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고 했다. 한국경제의 성장은 기업인들의 혁신정신이 일궈 온 성과다. 내일신문은 기업가정신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혁신기업인을 연재한다. 그들의 고민과 행보가 한국경제와 중소기업이 나아갈 방향에 좋은 지침을 담고 있어서다.
혁신은 쉽지 않은 길이다. 경영혁신은 기업 구성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동참해야 가능한 일이다. 특히 CEO의 모범과 결단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최근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지속가능하려면 끊임없이 혁신해야 한다. 경쟁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에게 혁신은 생존하는 길이기도 하다.
경영혁신으로 축산업의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는 중소기업이 있다. 처음엔 사료대리점으로 출발했다. 20년전 법인 전환 이후 맞춤형 사료제조를 시작으로 직영농장, 가공, 프렌차이즈 진출까지 사업다각화로 성장세를 이어왔다. 위생적이고 쾌적한 환경에서 돼지를 키워 최상급 품질의 무항생제 고기만 공급한다. 철저한 관리로 20년간 단한번도 집단폐사나 살처분이 없었다.
현재 5만여두 이상을 사육하고 있다. 지난해 연 4만두를 도축·가공했다. 대형마트는 물론 경기도내 약 500여개 학교에 공급했다. 매출 500억원을 달성했다. 2030년엔 매출 3000억원을 목표로 잡았다. 1차산업을 기반으로 6차산업을 실현하고 있는 셈이다. 축산업의 새로운 길을 걷고 있는 녹돈영농조합법인(대표 박종근)의 발자취다.

◆7년만에 매출 8배 가량 증가 = “2030년까지 사육 두수 10만두, 연 매출 2000억원을 달성해 축산업계의 하림이 되겠다.”
지난달 27일 경기도 평택시에 소재한 녹돈영농조합법인 본사에서 만난 박종근 대표의 첫마디는 미래에 대한 포부였다. 닭고기를 기반으로 자산총액 17조원, 재계 29위에 오른 김홍국 하림 회장의 성공기를 축산업에서 이뤄보겠다는 의지다.
박 대표의 말이 허언으로 들리지 않는다. 일단 매출성장세에서 확인된다. 2017년 69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500억원에 올랐다. 매출이 7년만에 8배 가량 증가했다.
녹돈조합이 경기침체에도 성장할 수 있는 비결은 ‘고기의 맛’에 기반한 사업다각화에 있다. 1차 농장, 2차 육가공과 제조, 3차 직영매장과 가맹사업 출시 등 무리하지 않게 1차산업에서 6차산업으로 꾸준히 확장해 왔다. 녹돈조합의 출발은 사료유통이다. 박 대표는 1991년 사료대리점으로 축산업과 인연을 맺었다. 박 대표는 사료와 양돈의 연관성을 주의깊게 살폈다. 사료업이 양돈의 바탕이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2004년 녹돈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해 양돈업의 길에 들어섰다. 사료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진 그는 고기 품질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2009년 지역소재 한우농가에 공급 중인 사료 질을 획기적으로 높이는데 성공했다. 자신감이 높아졌다. 2011년부터 양돈농장을 인수했다. 직영농장과 계약농장을 늘렸다. 현재 평택 안성 청주 등 7개 직영농장과 5개 계약농장에서 5만여두 이상을 사육하고 있다. 농장에는 팜스코 안성공장에서 맞춤형으로 만든 사료만을 공급한다.
사육환경도 위생적이고 쾌적하게 조성했다. 돼지가 질병과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야 최상급의 고기를 확보할 수 있어서다. 특히 철저한 방역관리는 녹돈조합의 자랑이다. 주변에서 “과하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항생제 투여 없이도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돼지콜레라 등 전염병으로부터 자유로웠다. 20년간 집단폐사나 살처분 사례가 한번도 없었다.
스마트팜 도입으로 위생적이고 쾌적한 사육환경을 조성했다. 자동 사료투입, 축사 내 오폐수 처리 등도 다른 농장과 비해 앞었다고 자부한다. 돼지를 질병과 스트레스로부터 보호해 최상급 품질의 고기를 공급하려는 목적이다.
이는 녹돈조합의 경영기반을 튼튼히 하는 초석이 됐다. 경기도우수식품 인정서(G마크), 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무항생제 친환경인증서 등 인증 획득으로 이어졌다.

◆스마트팜 도입으로 최고 품질 유지 = 2019년 3월부터는 2차산업인 육가공을 시작했다. 100억원을 과감히 투자했다. 지난해 연 4만두를 도축·가공해 경기도내 약 500여개 학교에 공급했다. 농협경제지주와 하나로마트, CJ프레시웨이 등의 안정적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다.
가공·유통사업은 주문이 넘칠 정도다. 평택 가공공장은 쉴새없이 돌아간다. 하루 20톤, 1만2000팩 분량의 돈육을 가공해 포장한다. 냉장육 냉동육 분쇄육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한다. 공장의 가공작업 90%는 자동으로 이뤄진다. 고가의 장비에 투자를 한 덕이다. 다만 ‘벌집 삼겹살’의 칼집 넣기 등 고기 맛을 위해 필요한 분야는 전문가들이 수작업을 한다.
지역사회와 상생에도 노력하고 있다. 가축분뇨처리를 위해 2018년부터 바이오플랜트사업과 공동자원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바이오가스플랜트 등 친환경 분뇨처리시설 구축 등농장 현대화에 애쓰고 있다. 이는 지역주민 갈등 해소와 환경오염방지에 큰 효과를 거뒀다.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박 대표는 2020년 ‘중소기업경영혁신대회’에서 산업훈장을 수여받았다.
2019년 직영매장 고기장인 ‘백정’에 이어 2023년 프리미엄 정육식당 ‘극락돈’ 등 가맹사업을 시작했다. 이 곳에서는 녹돈조합의 무항생제 고기를 일반 고기가격으로 공급하고 있다.
녹돈조합과 박 대표는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축산업계의 하림’이 되는 것이다.
먼저 2030년 매출 목표를 2000억원으로 잡았다. 직영농장 5만두, 도축가공 연 10만두까지 생산량을 확대한다. 다양한 브랜드를 개발해 3차산업 경쟁력도 높일 계획이다. 사육하는 돼지 체중 등을 자동으로 측정, 분류하는 스마트시스템 도입도 추진 중이다.
박 대표는 “갈 길이 멀지만 끊임없이 투자하고 유통구조를 개선해 ‘제2의 하림’이 되는 그날까지 정진하겠다”며 웃었다.
평택-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