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일각도 ‘윤석열 변수’에 조마조마
주먹 세리머니에 “개선장군 행세” … 경선 개입하면 “대선 불리”
여당 “장외투쟁 안 해” 거리두기 … 일부, 1인 시위로 리스크 자초
윤석열 대통령이 예상을 깨고 전격 석방되자 ‘윤석열 변수’를 바라보는 여권 일각의 표정에서 조마조마함이 읽힌다.
윤 대통령이 노골적인 ‘관저 정치’를 감행하거나,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결과에 불복할 경우 국민의힘이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민의힘도 더 이상 ‘윤석열 수렁’에 빠지지 않기 위해 “노(NO) 장외투쟁”을 선언했지만, 상당수 의원은 1인 시위에 나서 위기를 자초한다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 8일 석방되자, 여권 일각은 윤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윤석열 변수’가 자칫 국민의힘의 앞날에 악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되던 날, 구치소 앞을 지키던 지지자에게 오른손을 흔들고 때론 주먹을 쥐어 보이기도 했다. 이튿날에는 국민의힘 지도부를 면담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11일 의원총회에서 “(9일 면담에서 만난 윤 대통령이) 다행히 건강해 보였다. ‘난 괜찮다, 오로지 국민과 나라만 생각하겠다’고 하면서 아주 의연한 모습을 보여주셨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은 헌재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관저 정치’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윤 대통령은 이미 여권과 보수정치의 중심에 복귀한 모습이다.
윤 대통령의 사실상 ‘정치 복귀’를 바라보는 여권 일각의 마음은 불편하다. 유승민 전 의원은 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주먹 쥐고 저럴 때 혹시 어퍼컷 할까 봐 조마조마했다”며 “헌재에서 어떤 결정이 나오더라도 승복하겠다는 그게 안 보여서 굉장히 아쉬웠다”고 지적했다. 보수 논객인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9일 “(윤 대통령이 출소하면서) 개선장군 행세를 했는데 이 모습을 본 극단적 우파야 박수를 치겠지만, 합리적이고 온건한 중도성향 국민은 반감을 갖게 되고, 이는 국민의힘 대선 전략에 치명적”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에 불복하면서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개입하는 시나리오에 대한 우려도 쏟아진다. 윤 대통령은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될 경우 승복하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거리로 나가 강성보수층과 함께 할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영향력을 행사해 반탄파(탄핵 반대) 주자를 후보로 만드는 시나리오도 예상된다.
유 전 의원은 “탄핵 인용이 된 대통령이 경선에 개입한다? 그게 중도층을 공략하는데 무슨 도움이 되겠냐”고 지적했다.
유 전 의원은 “조기 대선이 있는데 형사재판을 받는 피의자인 전직 대통령이 나서서 대선이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로 간다, 그리고 국민의힘 후보는 뒤로 사라진다, 그 결과는 뻔한 거 아니겠냐. 우리가 그런 대선에서 이길 수 있겠냐”고 우려했다.
조 대표도 비슷한 우려를 쏟아냈다. 조 대표는 “윤석열이 강경우파 세력의 보스 같은 행동을 하면 할수록 대선판은 윤석열 심판이 주제가 될 것”이라며 “모든 여론조사에서 계엄 반대, 탄핵 찬성, 정권교체론이 상당한 차이로 우세한 데 이 구도의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이길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도 ‘윤석열 변수’가 자칫 악재로 작용할까봐 거리두기하는 모습이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처럼 저렇게 장외 투쟁을 하거나 단식을 통해서 헌재를 압박하는 행동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수렁’에 빠지는 걸 경계하는 눈치다. 다만 상당수 의원은 당론과 달리 헌재 앞 1인 시위에 나서기로 했다.
윤상현·강승규 의원은 이날 오후부터 헌재 앞에서 시위를 시작했다. 앞으로 여당 의원 수십 명이 24시간 릴레이 시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상당수 여당 의원이 ‘윤석열 리스크’를 자초한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11일 “탄핵 찬성이 높은 여론 지형에 비춰볼 때 (윤 대통령이) ‘관저 정치’에 나설수록, 여당 경선에 개입할수록 여당의 재집권 가능성은 낮아진다”며 “윤 대통령이 여당을 위해 할 수 있는 마지막 역할은 유권자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져주는 것이다. 대선을 ‘이재명 대 새로운 여당 지도자’ 구도로 만들어야 그나마 여당이 해볼 만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