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휴전안’ 트럼프-푸틴 간접 소통

2025-03-13 13:00:33 게재

트럼프 “러에 달려 있어”

푸틴, 일단 ‘신중’ 기류

최근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합의한 ‘30일 휴전안’을 놓고 미국과 러시아가 접촉을 시작했다. 양국 정상의 최고위 안보 참모 간 전화 통화를 통해서다.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전쟁 종식과 러시아-우크라이나 평화 합의를 위해 러시아 측 대화 상대방과 전화 통화를 했다고 백악관 대변인이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12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고위급 회담에서 ‘30일 휴전안’을 추진하기로 한 이후 이뤄진 첫 공식 소통이다.

제다 회담에 참석했던 왈츠 보좌관은 미국이 제안하고 우크라이나가 동의한 ‘30일 휴전안’에 대해 러시아 측에 설명하고, 러시아측 동의를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측의 반응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크렘린궁은 미국의 공식적인 설명을 받은 후 입장을 밝히겠다는 태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휴전안에 동의하길 희망하며 주중 푸틴 대통령과 소통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존 랫클리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세르게이 나리시킨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국장도 최근 전화 통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와의 정상회담 전 발언에서 “이제 휴전은 러시아에 달렸다”며 “우리는 이미 휴전의 절반을 달성했고, 러시아가 동의하면 완전한 휴전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휴전안을 거부할 경우 제재를 강화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한 대규모 은행 제재 및 추가 제재를 고려하고 있다”며 “러시아에 경제적으로 매우 나쁜 조치를 취할 수도 있지만, 나는 평화를 원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쿠르스크 전선을 비롯한 전장에서 공격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현재 전황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러시아로서는 휴전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태도다. 또 휴전을 수용할 경우 우크라이나에 재정비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12일 쿠르스크주에서 녹색 군복을 입고 군 지휘부와 회의를 진행하며, 우크라이나 점령지를 완전히 탈환할 것을 지시했다. 이는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휴전 추진 속에서 러시아의 군사적 우위를 강조하고 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은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 전투에서 6만7000여 명의 병력을 잃었다”며 러시아군이 전황을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최근 러시아군이 1100㎢ 이상의 영토를 탈환했고, 지난 닷새 동안 24개 마을과 259㎢의 지역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30일 휴전안에 대한 러시아의 공식 입장은 미국의 설명을 들은 후 결정될 전망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미러 양측의 전화접촉 이후 가진 브리핑에서 “미국 측의 상세한 내용을 검토한 후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측 대표단이 러시아를 향하고 있다고 밝혀 전화접촉에 이어 조만간 미국과 러시아 간의 대면 협의가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미국 매체들은 대표단에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자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논의에도 관여해 온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가 포함될 것이라고 전했다. 조만간 이뤄질 미국과 러시아의 대면 협상을 계기로 러시아가 ‘30일 휴전안’에 동의할지 주목된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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