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2월 물가 상승세 둔화…관세 여파로 재반등 가능성 여전
트럼프 관세 부과 본격화로 인한 물가 상승 리스크 상존
연준 “관세발 물가 확인 이전까지 금리 동결 기조 유지”
올해 2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며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결과로 인플레이션 압력 증가 및 경기침체 우려가 다소 완화됐다. 다만 이번 지표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효과가 거의 반영되지 않은 지표다. 향후 관세 부과로 인한 물가 상승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 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3월과 4월부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이 본격화됨을 고려한다면 향후 인플레이션 재반등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고 지적했다.

◆CPI 전년 대비 2.8% 상승 = 12일(현지시간) 미 노동부는 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했다고 밝혔다. 전월과 비교해선 0.2% 상승했다. 지난 1월 전년 동월 대비 3.0%, 전월 대비 0.5% 상승한 것과 비교해 상승 폭이 둔화됐다. 연간 상승률은 4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9월 2.4%로 낮아졌다가 지난 1월까지 상승세를 지속하며 인플레이션 반등 우려를 키운 바 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1% 올라 2021년 4월 이후 3년 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둔화됐다. 전월 대비로는 0.2% 상승했다.
근원지수는 대표지수에서 단기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지표로,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상대적으로 더 잘 반영한다고 여겨진다. 이날 발표된 대표지수 및 근원지수 상승률은 전년 대비 및 전월 대비 모두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망치를 각각 0.1%p 밑돌았다.
세부 항목별로 보면 주거비가 전월 0.4%에서 0.3% 상승, 휘발유가 1.8%에서 1.0%, 중고차가 2.2%에서 0.9%로 상승세가 둔화됐다. 2개월 연속 큰 폭으로 상승했던 에너지물가도 2월에는 0.2% 상승에 그치면서 물가 둔화에 큰 기여를 했다. 유가 하락이 에너지 물가 상승 폭을 상당히 둔화시킨 것이다. 최근 소비자 설문조사 등에 기반한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진 것과 달리 실제 인플레이션 지표는 둔화세를 보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월가에서는 물가 관련 우려를 일단은 한숨 덜 전망이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 또한 관세 리스크가 현실화되기까지 미국 소비자물가 안정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60달러 중반대까지 하락한 유가가 전체 헤드라인 소비자물가 안정에 기여하고 동절기를 지나면서 난방 수요 등이 둔화될 것이기 때문에 안정을 찾을 것으로 기대했다.
◆관세 리스크발 물가 압력 여전히 잠재 = 하지만 관세 리스크발 물가 압력은 여전히 잠재해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2월 지표에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효과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향후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물가 지표가 단기적으로는 안도감을 제공했음에도 최근의 금융시장은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에 크게 좌우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투자심리가 완전히 반전되었다고 평가하기에는 시기상조”라며 “전일 기준 트럼프는 철강, 알루미늄의 25% 관세를 결국 발효를 한 상태이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EU와 캐나다도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로 대응하겠다고 밝힌 점도 관세 발 변동성 장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수개월 간 관세 인상의 여파가 인플레이션 지표에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트럼프 관세 정책이 누그러지지 않는다면 2분기 이후 미국 경제는 미니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을 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다음 주 19일(현지시간)에 예정되어있는 미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3월 FOMC에서 기준금리 동결이 유력한 가운데 주목할만한 포인트는 연준위원들의 올해 금리 인하 스탠스를 확인할 수 있는 점도표와 파월 연준의장의 기자회견이 될 것이다. 시장 내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인플레이션 지표의 둔화를 확인한 상태에서 최근 신중함을 표했던 연준이 일부 완화적 통화정책 스탠스를 취할지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이 경기가 정말 빠르게 나빠지지 않는 이상 관세발 인플레가 ‘일시적’이라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전규연 하나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물가 안정에도 불구 미 연준은 당분간 금리 동결 스탠스를 유지할 전망”이라며 “고용시장은 연준이 원하는 대로 점진적으로 둔화되고 있고, 물가의 상방 리스크는 높아 미 연준은 무역분쟁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면서 정책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박상현 연구원 또한 “상호 관세 및 이민자 규제 등의 정책효과가 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2분기까지 금융시장의 물가 경계감은 지속될 것”이라며 “미 연준도 2분기 관세발 물가 압력 확인 이전까지 현 금리동결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인 10명 중 7명 “트럼프 관세정책으로 ‘물가 상승‘” = 한편 미국인들도 10명 중 7명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미국 내 물가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로이터 통신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전날부터 이틀간 미국의 성인 14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 ±3%p)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0%는 관세 인상으로 식료품과 기타 일상 비용이 더 많이 들 것으로 예상했다.
응답자의 61%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로 ‘물가 상승 억제’를 꼽았다. 아울러 응답자의 57%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이 지나치게 ‘종잡을 수 없다’(erratic)고 답했고, 공화당원 중에서도 3명 중 1명이 이 같은 평가를 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