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기각 불안감? 민주당, 이재명 결속력 더 세져
비명계 “이 대표 중심 민주당에 힘 모아야”
기본사회위 등 친명 전국조직 잇따라 출범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더불어민주당내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결속력이 강화되고 있다. 이 대표에게 비판적 목소리를 냈던 비명계 인사들도 ‘이 대표 중심’을 강조하며 단합을 주문하고 나섰다. 더민주혁신회의·기본사회위·사회경제위 등 친이재명 조직으로 불리는 전국조직도 탄핵 인용과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실무 활동을 시작했다. 내란수괴 혐의로 구속됐던 윤 대통령의 석방이 야권 지지층의 불안감을 키우면서 민주당 안팎의 탄핵 인용을 위한 단일대오 필요성을 키우는 연쇄반응을 끌어낸 모양새다.

이 대표는 12일 김부겸 전 총리, 김경수 전 경남지사, 박용진 전 의원, 이광재 전 강원지사,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과 서울 광화문에 설치한 천막 농성장에서 ‘국난극복을 위한 시국간담회’를 열었다.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를 앞둔 상황에서 윤 대통령 탄핵 인용을 위해 한목소리를 내자는 취지의 회동이다. 특히 예상하지 못했던 윤 대통령 석방으로 지지층의 우려와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깔려 있다.
이 대표와 개별 회동에서 쓴소리를 내놨던 이들은 단합을 강조했다. 김 전 총리는 “이 대표의 당 운영에 쓴소리를 많이 한 사람들”이라면서 “그럼에도 계엄·내란·내전으로 이어지는 국론 분열의 책임자인 윤 대통령이 파면돼야 한다는 사실은 한 번도 의심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은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민주당이 더 확실하게 국민들 속에 뿌리내리고 중심을 잡아 주기를 부탁드린다”며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모으겠다”고 다짐했다. 박 전 의원은 “선당후사의 애당심으로 이 자리에 왔다. 한명의 당원 자격으로 민주당 지도부와 함께 내란 준동 세력에게 빼앗긴 봄을 찾아오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헌재의 탄핵 인용을 전제로 조기 대선과 관련한 개헌·당내 경선·반대진영 포용 등과 관련 이 대표에게 비판적 목소리를 내던 상황과는 크게 달라진 반응이다. 비공개 간담회에서도 이들은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단결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고 민주당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적절하고 필요한 간담회였다”면서 “간담회가 자주 있으면 좋겠다는 요청이 나왔고, 참석자들은 앞으로도 힘을 모으는 데 최선을 다해서 협력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수도권 한 재선의원은 “윤 대통령 석방 후 지지층의 걱정이 늘었다”면서 “광장으로 나가겠다는 당원들이 늘어나는데, 위기 상황에서 당 대표에게 힘이 실리는 것은 당연한 수순 아니겠나”고 말했다.
당 내부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원내·외를 아우르며 이 대표의 강력한 우군으로 통하는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파면 촉구 활동을 펼치며 세를 키워가고 있다. 지난 총선과 전당대회를 거치며 비명계 공격에 앞장섰던 혁신회의는 총선 이후 40여명의 현역의원이 가입한 당내 최대 계파가 됐다. 탄핵정국에선 차기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지역인사들이 지역조직에 합류하면서 몸집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혁신회의는 지역별로 단식·천막 농성·1인 시위와 SNS 홍보 등을 통해 윤 대통령 탄핵심판 인용을 촉구하고 오는 15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는 비상행동 집회에 조직적 참가를 독려하고 있다.
이 대표의 기본사회·먹사니즘 등 정책브랜드를 내세운 조직들도 잇따라 전국조직을 출범시키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윤 대통령 석방 후 외형적으로 조기 대선을 준비하는 분위기가 주춤하고 있으나 실무·정책 조직은 사실상 대선 스케줄을 고려한 행보를 시작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의 ‘기본사회’ 정책의 실행방안을 논의하는 기본사회위원회는 12일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을 예고했다. 기본사회위 위원장은 이 대표가, 수석 부위원장은 박주민 의원이 맡았다. 이 대표는 이날 서면 축사에서 “공정한 기회와 결과를 보장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며 “회복과 성장을 바탕으로 국민 기본권을 든든히 해서 보장한다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본사회위원회의 제안을 바탕으로 정책을 구체화하고 입법과 제도를 정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축사에서 “기본사회가 성장이고, 민생”이라며 “오늘은 불안하고 내일은 걱정되는 국민의 삶을 다시 우리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내란 종식과 함께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제시하는 일도 병행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 등을 추진할 사회적경제기본위원회도 함께 출범했다. 사회적경제기본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복기왕 의원은 “새로운 시대, 새로운 대통령과 함께 사회적 경제를 활짝 꽃피울 것을 약속한다”며 “우선은 내란 종식을 위한 투쟁의 약속, 그리고 희망을 만들어가는 희망의 약속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먹사니즘 전국네트워크’도 지난달 공식 출범과 더불어 활동을 시작했다. 이 대표의 민생정책 추진을 목표로 한 전국조직으로, 사실상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이 대표의 전국조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