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트럼프일가, 바이낸스 미국지분 확보 논의”
“미 시장 재진출·자오창펑 사면 기대”
"위트코프도 관여 … 이해충돌 논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가족이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의 미국 법인의 지분 확보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이낸스의 창업자 자오창펑은 자금세탁방지 위반 등의 혐의로 미 법무부에 의해 기소돼 지난 5월 법원에서 징역 4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복역한 바 있다.
바이낸스는 중국계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로, 미국 법인을 두고 있다. 지난해 약 43억달러(6조2638억원) 상당의 벌금을 내기로 미 정부와 합의하고, 바이낸스 CEO직에서 사임했으나 여전히 최대주주로 남아있다.
WSJ의 소식통에 따르면 이 논의는 지난해 미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바이낸스가 트럼프 측근들에게 접근해 사업 거래를 제안하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이는 바이낸스의 미국 시장 재진입 전략이자, 자오창펑이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사면을 받기 위한 차원이라고 WSJ은 분석했다. 자오창펑이 사면을 받으면 바이낸스가 미국 시장에 복귀할 수 있고, 국제적으로도 비즈니스를 용이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낸스 미국 법인은 미 정부의 규제 조치와 자오창펑에 대한 기소 이후 시장 점유율이 27%에서 1%로 급락했다.
트론(Tron) 블록체인의 창시자인 중국 출신 암호화폐 기업가 저스틴 선은 지난해 11월 트럼프와 그의 가족들이 주도한 암호화폐 벤처 기업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orld Liberty Financial)'에 3000만달러를 투자해 최대 투자자가 됐다. 지난달 SEC는 법원에 선과 그의 사업체 3곳에 대한 사기 소송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바이낸스는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에 투자한 선의 사업 전략에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바이낸스가 선의 경영 방식에서 영감을 얻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바이낸스 경영진은 내부적으로 자오창펑을 사면하는 대가로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에 현금을 투입하는 방안을 논의했고, 트럼프의 친구 스티브 위트코프(중동특사)가 바이낸스와의 거래에 관여해 왔다고 논의에 정통한 관계자는 말했다.
위트코프는 자신의 두 아들과 함께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 설립에 참여한 상황이라 거래가 성사되면 수혜자가 될 수 있다.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은 작년 가을 설립 때부터 외국 기업과 미국 정부의 제재를 받는 이들이 트럼프와 그 가족에게 비공개로 자금을 건네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아왔다.
따라서 자오창펑 사면을 대가로 한 거래는 전례 없는 이해충돌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WSJ는 비판했다. 사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 권한과 바이낸스 미 법인 지분 취득으로 인해 가족들이 얻을 수 있는 사업 이익이 충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산을 외부 기관에 신탁했던 이전 대통령들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자산을 가족 통제하에 두면서 계속해서 사업 거래를 추진하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한편, 최근 아부다비 정부 산하 인공지능(AI) 투자회사인 MGX가 바이낸스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20억달러(약 2조9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MGX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미국의 인공지능(AI) 인프라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