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탄핵권 남용 아냐” 헌재 판단에도
윤 대통령측 “계엄 정당성 증명” 아전인수
“탄핵해서 계엄? 애시당초 말 안되는 얘기”
헌법재판소가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 등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하자 윤석열 대통령측이 “대통령에 대한 탄핵도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인정받았다는 것인데 아전인수 해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 법률대리인단 윤갑근 변호사는 13일 서울고등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은 줄탄핵 방탄탄핵 보복탄핵 이적탄핵을 통한 국정 마비 시도, 헌정질서 파괴에 따른 고심으로 계엄을 선포했는데 비상계엄의 원인이 됐던 탄핵이 오늘까지 8건 기각됐다”며 “비상계엄 정당성이 점점 증명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최 감사원장과 이 지검장, 조상원 서울중앙지검 4차장,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에 대한 헌재의 탄핵소추 기각 결정이 내려진 직후 이뤄졌다.
윤 변호사는 “감사원장 탄핵은 비상계엄을 선포하게 된 결정적 계기였다”며 “대통령에 대한 탄핵도 신속히 기각돼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대리인단은 미리 배포한 입장문에서도 “줄탄핵을 통한 국정마비, 입법권 남용에 의한 헌정질서 파괴가 확인되었으므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즉시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리인단은 “국회가 제기한 각종 의혹들에 대해 어떠한 근거도 찾지 못했고, 어떠한 법률 위반도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라며 “거대 야당이 주도한 탄핵소추는 국회의 입법권 남용을 넘어 입법 독재로 국정 마비를 초래하고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한 ‘묻지마 탄핵소추’였다는 것이 명백히 확인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이날 헌재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표적감사, 대통령실 관저 이전 부실감사 등의 사유로 탄핵소추된 최 원장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리면서도 최 원장이 감사원의 전자문서 시스템을 변경해 주심위원의 열람 없이 감사보고서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한 점은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또 최 원장이 국회의 현장검증시 감사위원회 회의록 열람을 거부한 것도 국회증언감정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최 원장을 파면할 정도로 중대하지는 않다고 봤다. 이미선 정정미 정계선 재판관은 이에 더해 최 원장이 훈령 개정 과정에서도 헌법과 감사원법을 어겼다는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헌재는 또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부실 수사 사유로 소추된 이 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안을 기각하면서도 국회의 탄핵소추는 적법했다고 판단했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 과정에서 필요한 법정 절차가 준수되고 피소추자의 헌법 내지 법률 위반 행위가 일정 수준 이상 소명”됐다는 것이다. 헌재는 또 “탄핵소추의 주요한 목적이 이같은 위반에 대한 법적 책임을 추궁하고 동종의 위반행위가 재발하는 것을 사전에 예방함으로써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면서 “설령 부수적으로 정치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돼 있다 하더라도 이를 들어 탄핵소추권이 남용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적시했다.
야당이 탄핵을 남발했다는 윤 대통령측 주장과는 배치되는 판단이다. 헌재는 오히려 야당의 탄핵소추가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것’으로 봤다.
헌재는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한 이 지검장 등의 수사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헌재는 김 여사 명의 증권계좌가 시세조종 범행에 활용된 사실이 공범들의 형사재판에서 드러났다며 “김 여사의 문자나 메신저 내용, PC 기록 등을 확보할 필요가 있을 수 있음에도 이 지검장 등이 증거수집을 위해 적절히 수사가 이뤄지도록 지휘 감독하였는지 다소 의문이 있다”고 했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헌재가 야당의 탄핵소추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애시당초 야당이 탄핵을 많이 해서 계엄을 선포했다는 윤 대통령측 주장은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