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런 영어교육 확대…경쟁력 있나
시 ‘교육격차 완화·사교육비 경감’
영어 사교육 시장과 경쟁 불가피
서울시가 운영하는 온라인 교육플랫폼 ‘서울런’이 영어 사교육에 도전장을 냈다. 시는 서울런을 통해 유아부터 초중고, 성인 교육 프로그램을 망라한 연령대별 영어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17일 밝혔다.
영어교육은 소득격차에 따른 교육 기회 차이가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 가운데 하나다. 최근에는 조기 사교육이 보편화되면서 격차가 더욱 빠르게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 13일 발표한 2024년 유아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6세 미만 유아의 17%가 하루 3시간 이상 학원에 다니고 있으며 흔히 영어유치원으로 불리는 유아 영어학원에 지출하고 있는 비용은 월평균 약 155만원에 달했다.
시는 이같은 교육기회 격차를 완화하고 사교육비 경감에 보탬을 주기 위해 영어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한다. 만 5세 유아 대상으로는 애니메이션 기반의 1대 2 그룹 수업(서울런 키즈 화상영어)을 제공한다.
예비 초등학생부터 초등 3학년까지는 원어민과 1대 1 화상영어를 통해 알파벳, 파닉스 등 기초교육부터 단계적 맞춤 학습을 지원한다. 320명을 선발해 3개월간(주 2~3회, 15~20분) 운영된다.
초등 고학년 및 중등을 대상으로는 방학 기간을 활용해 영어 캠프를 운영한다.
고등학생과 청년(만 24세 이하)을 위해서는 교과과정과 연계한 수능 독해뿐 아니라 실용 영어 회화와 토익(TOEIC) 토플(TOEFL), 텝스(TEPS) 영어 자격증 취득을 위한 온라인 강의를 제공해 진로 및 취업을 돕는다.
◆무료교육 장점, 학습효과는 과제 = 전문가들은 서울런이 영어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것은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진단한다. 특히 유아 영어 시장은 소득격차에 따른 영어교육 기회편차가 가장 심한 분야다. 서울런은 유아 영어 프로그램은 물론 중등영어캠프, 토익 강의 등이 모두 무료로 제공되기 때문이다.
다만 사교육비 경감, 교육격차 완화를 목표로 삼는다면 보다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액의 높낮이를 떠나 대다수 가정에서 초등 1학년부터 학원, 방문교재 등 영어 사교육을 이미 시키고 있어 이들과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KT가 운영하는 지니TV 등 대다수 OTT 플랫폼들이 키즈영어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아이들은 스스로 온라인 학습이 어렵다는 점에 착안해 주 5회 학원에 가서 학습지도를 받되 비용이 저렴한 영어학원 시스템도 안착된 지 오래다.
또다른 전문가는 “극빈층이 아니라면 어떤 형태로든 영어사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면서 “비용면에서 장점이 있다 하더라도 주 2회 20분씩 수업하는 서울런 방식이 매일 가는 학원 또는 학습지에 비해 교육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가 활성화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습지원 문제도 지적된다. 저소득층일수록 맞벌이 부부가 많고 이 때문에 자녀를 학원에 보내는 이유가 돌봄공백을 메우기 위한 경우도 많다. 원어민 학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원어민강사의 설명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곁에서 통역과 소통 등 학습지원이 필요하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에 이르는 고가 사교육 시장과 학습효과 등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며 “다만 교육은 단순히 비용이 저렴하다고 선택하는 분야가 아닌 만큼 콘텐츠 품질 강화에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런은 경제적 문제로 발생하는 교육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플랫폼인 만큼 교육기회 확대라는 측면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서 “교육비는 무료이지만 일반 사교육과 비교해 교육수준이 떨어지지 않도록 품질 개선에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