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빠른 날 선고해야” 탄핵 결정 지연, 맘 졸이는 민주

2025-03-17 13:00:23 게재

당초 14일 기대했다 낙담 … 단식·도보시위 등 여론전

이 대표 2심 선고 후 결정 주장에 “이성 찾으라” 발끈

장외·승복 논란 등으로 추경·연금개혁 현안 뒷전 밀려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야권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탄핵안 인용을 자신하면서도 예상 밖의 변수 등장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특히 헌재 평의가 길어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2심 선고 이후 결정이 내려질 경우 결과에 따라 정국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 파면 촉구’ 도보행진에 참가한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를 출발해 광화문 농성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민주당 등 야당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한다. 헌법재판소의 신속한 탄핵심판 선고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 탄핵촉구 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시민단체 모임인 ‘비상행동’과 야5당 인사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민주당은 국회에서 광화문까지 도보 행진하고, 다른 야당과 함께 ‘야 5당 비상시국 대응을 위한 범국민대회’를 여는 등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관련 여론전을 이어갔다.

민주당은 지난 12일부터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국회~광화문(8.8㎞) 도보 행진 시위를 매일 벌이고 있다. 16일 도보 행진에 앞서 국회에선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늦어질수록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는 것은 물론 민생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며 헌재에 신속한 선고를 요구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헌법재판소는 이번 주 내로 가장 빠른 날 윤석열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를 내리길 촉구한다”면서 “헌재는 헌법과 법률을 중대하게 위반해 헌정 질서와 민주주의를 파괴한 윤석열을 파면해 헌정 중단을 끝내야 할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주장대로 국회에서 논의키로 한 연금개혁이나 추경 등 현안 논의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여야가 공감대를 기반으로 논의를 시작했으나 실질적인 성과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야 모두 당력의 대부분을 탄핵심판과 관련한 헌재의 결정을 놓고 장외 공방전에 주력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민주당과 야당안에선 헌재가 ‘8대 0’의 탄핵 인용 결정을 내릴 것이라면서도 결정이 늦춰지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특히 지난 8일 윤 대통령 석방 이후 윤 대통령 지지층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외 여론전을 강화하면서 ‘안심해선 안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2일부터 민주당 의원 전체가 도보 시위를 벌이고, ‘윤석열 탄핵 국회의원 연대’(탄핵연대) 소속 민주당 박수현·민형배·김준혁 의원과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광화문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 김경수 전 지사도 지난 9일부터 같은 장소에서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야당은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비생 행동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6일 기자간담회에서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기일이 지정되지 않고 있는데 대해 “헌재가 충분히 심의하고 고민하고 있는 결과로 보여진다”며 “헌재 선고가 지연되는 것을 두고 (기각 또는 각하 가능성 등)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는 것은 전부 근거 없는 이야기들로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시민들과 뜻을 같이 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하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의 헌법재판소 앞 시위를 ‘정치권의 부당한 압박’이라고 비난한 것과 모순이라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헌재 결정이 정확하게 언제 내려질지 예상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상당하다.민주당 관계자는 “14일쯤 헌재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는 전망은 국회 탄핵소추단과 당내 법률가 출신 의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면서 “이번 주도 주 초, 주 중반 이후 등 전망이 다양하게 나온다”고 말했다.

특히 이 대표의 선거법 2심 재판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에 대해 경계하는 눈치다. 국민의힘 등 여권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주장인데, 헌재의 결정이 늦춰지면서 3월26일로 예정된 이 대표 재판 이후로 밀릴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16일 페이스북에서 “대통령 탄핵 심판의 결론은 이재명 2심 선고(3월 26일) 이후에 내야 그나마 헌재가 편파·졸속 재판 운영에 대한 비판을 조금이나 덜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지혜 민주당 부대변인은 “내란 수괴의 탄핵심판과 이재명 대표의 재판을 억지로 엮으려는 정략적 발상이 놀랍다”면서 “나 의원이 윤석열을 지킨다는 핑계로 대선구도를 정리하고 싶은 모양인데 아무말 대잔치 그만하고 제발 이성을 찾으라”고 반발했다. 두 재판의 직접적 연계는 없다고 해도 이 대표 재판 결과에 따른 정치적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1심 형량(징역 1년 집행유예 2년)과 비슷한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대선이 치러진다고 해도 이 대표에게 가해지는 정치적 압박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여론전문가는 17일 “지금은 윤 대통령 파면 여부를 중심으로 차기 대선주자에 대한 구도가 만들어졌다면, 파면이 된 후라면 상황이 크게 달라진다”면서 “이재명이냐 아니냐로 가는 구도에서 이 대표에 대한 판결결과는 보수성향의 중도층 선택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민주당 내부적으로도 탄핵심판 결정을 앞두고 단일대오로 손발을 맞추고 있는 비명계와의 정치적 간극도 커질 수 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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