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회생신청 직전 ‘유동화증권 발행’ 급증

2025-03-17 13:00:29 게재

신영증권 3개월간 4019억, 전년 동기대비 32%↑

신용등급 강등 ‘사전 인지, 회생신청’ 의혹 커져

개인투자자 2천억원…1조원대 리츠·펀드에도 투자

홈플러스가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하기 직전에 카드대금 기초 유동화증권(ABSTB·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과 CP(기업어음)·단기사채 발행을 급격히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부터 발행이 급증했으며, 특히 지난달에는 ABSTB 발행이 최근 2년 사이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가 지난해 말부터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인지했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신용등급 강등 ‘사전 인지’ 의혹을 집중적으로 검사하고 있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신영증권의 ABSTB·CP·단기사채 주관 발행액은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간 4948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3285억원) 대비 50.6% 증가했다.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간 ABSTB 발행액은 4019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3037억원) 대비 32% 증가했다. 지난달 ABSTB 발행액은 1518억원으로 월별 기준 최근 2년 사이 가장 많았다.

신영증권은 홈플러스의 ABSTB 발행을 단독 주관했고 투자자와 다른 증권사에 판매했다. CP와 전자단기사채 발행은 BNK투자증권, 한양증권, DS투자증권, 리딩투자증권 등도 주관했지만 신영증권 규모가 가장 컸다.

시장에서는 홈플러스가 지난해 연말부터 ABSTB 등 단기채권 발행을 확대한 것과 관련해 사전에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인지했고 회생 신청을 계획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회생 신청에 들어가면 상환이 유예되고 ABSTB 등의 단기채권이 금융채권으로 분류될 경우 채무조정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신영증권을 비롯해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를 상대로 신용등급 강등의 사전 인지 여부를 검사하고 있다. 관련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에 대한 검사도 진행될 예정이다.

금감원은 홈플러스 사태와 별개로 MBK 검사를 준비 중이다.

홈플러스 관련 개인투자자들의 피해 규모도 커질 전망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구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홈플러스 CP·ABSTB·단기사채 등 단기채권 판매 잔액은 총 5949억원이다. 일반 법인에 판매된 규모는 3327억원(192건), 개인투자자에게 팔린 규모는 2075억원(676건)으로 나타났다.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하락을 사전에 인지하고 기업회생 절차를 준비하면서도 채권을 발행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일반투자자들이 대규모 피해를 입은 동양·LIG 사태와 같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투자자들의 손실이 확정되면 투자원금 반환과 관련된 법적 분쟁과 함께 증권사를 상대로 한 불완전판매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홈플러스 매장을 자산으로 편입한 리츠, 부동산 펀드에서도 대규모 개인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에서는 홈플러스 점포를 기초 자산으로 둔 리츠와 펀드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상당수 포함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홈플러스는 인수 금융 상환을 위해 점포를 매각했다. 우량 점포를 팔아 현금화하고 이를 다시 빌려 영업하는 ‘매각 후 재임차(세일 앤드 리스백)’ 방식으로 운영을 해왔다.

이 같은 유형의 홈플러스 점포를 자산으로 편입한 리츠는 홈플러스로부터 임대료를 받아 투자자들에게 배당해왔다. 홈플러스가 임대료를 지급하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의 손실이 본격화되는 것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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