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략광물 공급망, 민관이 함께해야 한다

2025-03-17 13:00:25 게재

최근 글로벌 무역·통상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공급망의 취약성이 드러나면서 국가간 경제 협력과 통상 정책에 새로운 도전을 야기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경쟁은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본격화 됐다. 트럼프의 무역.통상 정책은 명확하다. 미국의 제조업 부활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다. 제조업이 강해야 보통의 미국인들이 중상층으로 진입하는 승차권을 얻을 수 있고 진정한 혁신과 기술의 축적도 제조 현장에서 나온다고 확신하고 있다.

고려아연 이슈, 전략광물 공급망 사안으로 확대

최근 국내 이슈가 되고 있는 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영권 분쟁은 단순한 기업 경영권 분쟁을 넘어 전략광물 공급망과 국가 경제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으로 확대되고 있다.

고려아연은 전략광물 생산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중국이 수출 통제를 강화한 품목들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기업이다. 중국은 지난해 9월 안티모니, 올해 2월 인듐 텅스텐 텔루륨 비스무트 몰리브덴 등 총 6개 품목에 대해 수출 통제를 결정했다. 고려아연은 이들 광물 중 인듐 안티모니 비스무트 텔루륨 등 4개 품목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안티모니의 경우 연소하기 어려운 독특한 재료의 성질을 갖고 있어 반도체 등 첨단산업뿐 아니라 탄약, 미사일 같은 방산 분야에도 필수로 쓰인다.

따라서 국익 차원에서 고려아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고려아연은 국내 비철금속 산업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며,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한국 주력 산업에 필수적인 소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전략광물 수출 통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고려아연은 국내 산업의 안정적인 원자재 수급을 보장하는 산업안보의 핵심 축이다.

얼마전 미국 공화당 원로인 빈 웨버 전 하원의원은 “고려아연 경영권이 만약 사모펀드(MBK)에 넘어가면 중국의 자원 무기화에 따른 공급망 구축 노력이 훼손될 수 있다”고 했다. 또 마리아네트 밀러-믹스 하원의원은 “고려아연이 MBK에 넘어가면 넓게는 중국 기업이 간여되어 있어 중국의 간접적 통제 하에 놓일 수도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뿐만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참모였던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만약 MBK 인수 성공 시 한미 공동의 탈중국 공급망 전략이 좌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려아연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아연-연-동 통합공정’을 운영하면서 아연 및 연 정광에 포함된 극소량의 전략광물 12종을 추출하는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기술력은 45년간 축적된 제련 기술과 적극적인 R&D 투자에서 비롯된 결과다.

우리나라는 그 동안 소재 부품,장비로 이어지는 균형있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 주요 산업의 생산과 수출이 세계 5~10위권에 있었다. 하지만 최근 주요국들이 첨단 소재와 기술 집약형으로 방향을 옮겨 가는데 반해 우리는 새로운 산업 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글로벌 제조기지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공급망 안정화 기금 30조원 확대

마침 정부는 지난해 12월 ‘제1차 공급망 안정화 계획(2025~2027)’을 발표하고 전략광물 공급망 확보에 나서기로 했다. 우선 주요국과의 공급망 정책 세 가지를 발표했는데, 첫째 반도체 이차전지 등 전략산업과 핵심광물 원자재 등의 공급 기반 확충, 둘째 핵심·전략기술의 경쟁 우위 유지 및 보호 체계 강화, 셋째 동맹국과 연대해 자원무기화 등 공급망 블록화 등이다.

또한 공급망 안정화 기금을 앞으로 3년간 30조원 규모로 확대해 첨단산업 자원안보 필수재 물류 등 공급망 핵심 분야에 집중 지원키로 했다.

정부와 기업이 함께 지혜를 모아 글로벌 공급망 확보에 기여해 주길 당부한다.

강천구 인하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