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회장 사재출연에도 입점업체 불안 확산
입점매장 대금지급 원활하지 않아 … “대금정산 1주일 단위로 바꿔달라”
홈플러스에 입점해 영업을 하고 있는 점포(테넌트)들이 폐점과 영업지속 사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테넌트매장은 홈플러스와 같은 건물에서 영업하지만 숍인숍 같은 형태로 운영된다. 식음료나 의류, 안경, 화장품 매장이 주요 점포다.
홈플러스 대주주인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소상공인 결제대금 조기지급을 약속했지만, 구체적인 대상과 금액을 밝히지 않은데다 여전히 정산을 받지 못한 임대업체가 다수다.
홈플러스는 3510억원 규모 상거래채권 지급을 완료하고 대금지급이 이뤄지지 않은 일부 협력사와 임대점주들에게 상세 변제계획과 일정을 전달했다고 17일 밝혔다. 하지만 일부 점주들은 여전히 관련 지침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홈플러스에는 대기업 및 개별 중소 브랜드 매장 등 8000여개 업체가 임대 또는 숍인숍 형태로 입점해 있다. 이들은 크게 ‘임대갑’과 ‘임대을’ 방식으로 홈플러스와 계약했다.
임대갑은 홈플러스 매장을 빌리되 자체 계산기기(포스)를 쓰고 매출과 상관없이 정해진 임차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임대을은 홈플러스 포스를 사용하고 매월 임차료와 수수료 등을 제외한 매출을 홈플러스로부터 정산받는다.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를 비롯해 국내 유통업체에는 임대을 비중이 현저히 높다.
특히 매출액 일정 비율을 임차료로 뗀 후 사후 정산받는 ‘임대을’ 점주들의 걱정은 더 크다. 홈플러스가 향후 정상 영업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매출 총액이 고스란히 홈플러스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리아 CJ올리브영 배스킨라빈스 던킨 등 대기업 브랜드 매장은 대부분 임대갑 계약이다. 임대갑 브랜드 관계자는 “자체 포스를 쓰고 있어서 현재 홈플러스 대금정산 지연사태와 무관하다”며 “만일을 대비해 가맹점과 지속 소통하며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임대을 점주들은 홈플러스 정산 지연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에 따르면 경기도 내 한 홈플러스 임대매장 점주는 긴급대출과 현금서비스 등으로 겨우 버티고 있다. 한 임대점주는 “1월분 미정산 금액 때문에 적금을 깨고 대출까지 받았다”며 “돈을 빌릴 수 없어 휴무 중인 점주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들 업체는 폐점을 하고 싶어도 쉽지 않다. 1년 단위로 매장 계약을 하는데 임대계약법상 3개월 전 홈플러스에 연장 여부에 대한 사전 통지를 해야 한다. 계약기간이 남은 상태에서 폐점할 경우 남은 기간 기본임대료와 관리비, 매장 인테리어에 대한 원상복구비까지 추가로 부담하게끔 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제 매장 한 곳당 보증금을 2000만원으로 가정하면 전체 약 8000개에 달하는 입점업체 보증금만 1600억원에 달한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관계자는 “대금 정산이 마무리 되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영업을 해야 하는 임대매장 점주들의 피해가 커지면서 당분간 개별 포스를 쓰게 해달라는 요구가 많다”며 “국회와 정부가 나서서 홈플러스의 정산기간 단축과 정산금 보호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대규모유통업법에 따른 대금 정산 기간은 40~60일인데 이 기간을 1주일 이내로 단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입점협회는 19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홈플러스 대책 태스크포스(TF)에서 홈플러스와 간담회를 갖고 답변을 촉구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관계자는 “소상공인과 영세사업자들의 상거래채권이 우선 순위”라며 “약 1000개 테넌트를 포함해 모든 상거래채권을 차례대로 지속 상환 중이며 이번 주 세부 지급계획을 수립해 임대점주들과 소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