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기대에 러 채권·루블 투자 ‘꿈틀’
서방 투자자들, NDF로 제재 우회
러 기업채권 기대감도 상승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화해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서방 제재를 우회해 러시아 채권과 루블화에 투자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를 활용한 루블화 투자와 러시아 기업 채권 매입이 주요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18일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전화 회담을 할 예정이다. 서방의 헤지펀드와 브로커들은 휴전 합의가 이뤄지면 대러 제재가 완화돼 러시아 경제로 자본이 다시 유입돼 러시아 채권과 통화가치가 급등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런 기대감에 올 들어 루블화 가치는 달러 대비 30% 가량 상승했다.
글로벌애셋매니지먼트(GAM)의 투자 디렉터 폴 맥나마라는 FT에 “트럼프의 러시아 관련 발언은 종종 일관성이 없지만, 이번에는 제재 완화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서방의 경제 제재로 현재 서구 펀드들이 직접 러시아 자산에 투자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서방 은행들이 대러 제재를 준수해야 하는 까닭에 러시아 채권, 루블화와 직접 거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을 활용한 루블화 투자가 주목받고 있다.
NDF는 실제로 해당 통화를 주고받지 않고, 계약 당시 정한 환율과 만기 시점의 환율 차액을 달러로 정산하는 거래다. 서방의 제재를 받는 국가들의 통화에 대한 투자를 가능케 하는 대표적 수단이다.
서방 투자자들이 NDF를 이용해 루블화 가치 상승에 배팅하는 방식으로 러시아 시장에 간접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씨티그룹의 신흥시장 전략 책임자인 루이스 코스타는 “서방 은행들은 제재를 준수해야 하지만, NDF를 활용하면 러시아 통화나 자산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도 투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씨티는 최근 미러간 협상 개시 움직임이 보이자 NDF를 활용해 루블화를 매수하라는 투자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투자은행 KNG의 트레이더인 이고르 나르토프는 “최근 NDF에 대한 관심이 확실히 늘었고 은행들도 적극적으로 호가를 제시하기 시작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우크라 전쟁 이후 러시아의 회사채 거래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러시아 국채 뿐 아니라 러시아 기업들이 발행한 채권도 국제금융 시스템에서 고립된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몇주 사이 일부 헤지펀드들은 2022년 이후 가치가 급락한 러시아 기업 채권을 저가 매수하는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투자회사 나인티원의 채권 애널리스트 로저 마크는 “헤지펀드 커뮤니티 내에서 러시아 기업 채권 투자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하다”며 “다만, 여전히 루블화의 글로벌 거래량이 적고, 기업 채권 또한 외국인 기관 투자자들에게는 제재와 내부 규정으로 인해 접근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제 시장에서의 루블화 거래량은 주당 5000만 달러 수준으로, 전쟁 이전 수십억 달러 규모에 비해 크게 줄어든 상태다. 이에 일부 투자자들은 카자흐스탄 텡게(KZT)를 루블화의 대체 투자수단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이런 움직임은 대러 제재가 완화될 것이란 기대에 기반하고 있지만, 합의에 성사되지 않을 경우 되레 추가 제재가 강화되는 위험 요소도 존재한다고 FT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