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사태 후폭풍에 단기자금시장 흔들

2025-03-19 13:00:23 게재

A3 이하 기업 채권 발행 위축…증권사 판매 중단 잇따라

“투자적격 등급 기업이 법정관리 신청, 누가 투자하겠나”

홈플러스 법정관리 사태 후폭풍에 단기자금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기업어음(CP) 기준 A3 등급 이하 저신용 회사채 발행이 위축되고 증권사들의 판매 중단이 잇따르고 있어 기업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 대부분은 홈플러스 사태가 터진 뒤 신용도가 낮은 채권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신영증권과 한양증권, BNK증권 등 주로 중소형 증권사에서 많이 판매했던 홈플러스 관련 단기채권이 원금 손실을 보게 될 위험에 처하게 되자 신용도가 낮은 기업의 단기채권은 아예 발행 및 운용 중단을 결정한 것이다.

증권사들이 등급이 낮은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나 자산유동화증권 발행을 꺼리면서 개인투자자에게 의존하는 저신용기업의 자금조달이 위축될 우려가 커졌다.

단기사채 신용등급 A3 기업 중 자금시장에서 CP와 단기사채로 자금을 융통하는 곳은 중앙일보그룹과 이랜드그룹, 두산건설, 동부건설, 농심캐피탈 등이 있다. 상대적으로 위험이 높아 기관투자가는 내부 규정상 매입하지 않는 채권들이다. 대신 연 5~6% 이상 고수익을 기대하는 개인투자자와 법인이 이런 상품에 투자해 왔다.

홈플러스 사태는 저신용 회사채 시장 전반에도 냉각 효과를 가져왔다. 다수 중소형 증권사들이 회사채 기준 BBB급 이하 기업들의 채권 판매를 중단하면서 이랜드월드(BBB)와 중앙일보(BBB0) 회사채 금리는 각각 연 6.5%에서 6.85%, 연 5.1%에서 5.7%로 상승했다.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의 자금조달 환경이 악화하는 모습이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MBK파트너스의 기습적인 법정관리 신청으로 국내 자금조달 시장이 위축됐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발행을 주관한 신영증권 금정호 사장은 전날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홈플러스 관련 현안 질의에서 “우리도 홈플러스 신용등급 하락을 알지 못했고,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이 화가 난다”며 “신용등급이 하락한 다음 날 바로 기업회생신청을 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금 사장은 “홈플러스의 기업어음과 단기사채 신용등급이 A3에서 A3-로 떨어졌다고 했지만, A3-도 투자 적격 등급”이라며 “이런 회사들이 갑자기 기업회생을 신청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어느 누가 투자하겠나”라고 항변했다.

신영증권은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대해 형사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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