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창고’ 더 따뜻해진다

2025-03-20 13:00:06 게재

서울역 쪽방촌 주민에

비타민꾸러미·식재료

쪽방촌 주민들을 위한 온기창고가 더 따뜻해진다.

서울시는 서울역 쪽방촌 주민들을 위한 비타민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20일 밝혔다.

다음달부터 매달 700개의 비타민 꾸러미를 주민들에게 전달한다. 19일 250개를 전달하면서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연간 5000만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주)하이트진로가 후원자로 나섰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2013년부터 시와 협약을 맺고 주거취약계층 지원을 함께 했다.

비타민 꾸러미 속에는 사과 한라봉과 냉이 대파 감자 양파 등이 들었으며 이들 식재료를 활용한 3월의 요리로 냉이국 감자양파버섯볶음이 추천됐다.

90%가 1인가구인데다 취사 시설 등이 마땅치 않아 제철 식품 섭취가 어려운 쪽방 주민을 위해 준비한 프로젝트다.

조리를 할 수 없는 어르신들 등 건강이 취약한 주민을 위해서는 쪽방상담소 간호사가 가정을 방문해 과일 꾸러미를 전달했다.

온기창고는 새로운 형태의 후원 물품 배분 문화를 만들기 위해 시작한 곳이다. 초창기 쪽방촌 주민 지원은 기업 단체 등에서 후원 물품이 들어오면 날짜를 정해 선착순으로 물품을 나눠주는 형태로 운영됐다. 하지만 협소한 공간, 물품 중복 수령, 거동이 불편한 주민들이 배제되는 문제 등이 있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와 서울역쪽방상담소는 온기창고를 만들어 진열된 생필품을 적립금 한도 내에서 자율적으로 선택해 가져갈 수 있게 바꿨다. 사골육수 즉석밥 간식 등 먹거리부터 주방 세제 칫솔 양말 등 생필품이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주민들은 주 3회 온기창고를 이용할 수 있다. 월마다 배정되는 포인트만큼 물품 구매가 가능하다.

일자리 창출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온기창고 전 직원은 쪽방촌 주민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시에 따르면 온기창고 설치 이후 가장 주민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장점은 “자존감이 높아졌다”는 이야기다. 줄을 서서 물품을 받아 갈 때와 내가 원할 때 물건을 구매하는 것 사이에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편의 증진 효과도 크다. 선착순으로 물품을 배분할 때는 약 2시간이 소요되지만 온기창고 설치 이후 물품 구매에 들어가는 시간이 30분 이내로 줄어들었다.

시는 현재 서울역(남대문)과 돈의동 쪽방촌에서 운영하고 있는 온기창고를 올해 안에 영등포와 창신동에 추가로 열기로 했다. 영등포는 4월, 창신동은 7월에 문을 열 예정이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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