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부동산 폭탄’ 경계령…잘못 건들면 대선도 흔들
문재인정부, ‘임대차 3법’ 꺼내 부동산 폭등 … 대선 패배 초래
서울시, ‘토허제’ 번복 소동 … 민주당, ‘10년 전세’ 꺼냈다 철회
여야가 ‘부동산 폭탄’ 위력에 화들짝 놀란 모습이다. 어설픈 부동산 정책을 내놨다가 민심의 분노가 폭발할 조짐을 보이자, 번복하거나 철회하기에 급급했다. 부동산 문제를 잘못 건들면 정권도 흔들릴 수 있다는 ‘문재인정부의 교훈’을 떠올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19일 국민의힘 소속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강남 3구와 용산구 아파트 전체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불과 35일 전인 지난달 12일 잠실·삼성·대치·청담동을 허가구역에서 해제한다고 발표했다가 서울 집값이 급등세를 보이자, 더 넓은 지역을 허가구역으로 묶어버린 것이다. 조기 대선을 앞둔 오 시장 입장에서는 “정책 신뢰성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을 받더라도, 집값 급등으로 인한 민심 악화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 전에 사태 수습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이번 허가구역 확대가 집값 상승세를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민주당도 최근 ‘부동산 폭탄’이 폭발하기 직전에 해체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민주당은 지난 12일 전·월세 계약갱신권을 최대 10년 보장하는 내용의 임대차법 개정안을 사실상 조기 대선 공약인 ‘20대 민생의제’로 발표했다가, “전·월세 폭등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가 쏟아지자 닷새 만에 ‘없던 일’로 돌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7일 SNS를 통해 “전세 계약을 10년 보장하는 임대차법 개정은 (정식) 논의를 거친 당 공식입장이 아닐뿐더러, 개인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와 민주당이 어설픈 부동산 정책을 내놨다가 번복하거나 철회하는 소동을 빚은 건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참사’에서 교훈을 얻은 것이라는 해석이다. 문재인정부는 지난 2020년 임차인 보호 명분을 내세워 임대차 3법(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신고제)을 시도했다가 전세 대란과 집값 폭등만 초래했다. 모든 임차인이 분노했다. 주택보유세도 인상하면서 집주인들도 불만을 터트렸다.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분노한 민심은 2022년 3.9 대선에서 ‘정권교체 표심’으로 폭발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논란에 가장 민감한 서울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50.56%로 이재명 민주당 후보(45.73%)를 눌렀다. 31만766표 앞섰다. 대선 승패가 고작 24만7077표 차이로 갈린 걸 고려하면 서울 표심이 대선 승패를 좌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역대 대선에서 서울은 민주당 손을 들어주기 일쑤였다. 2017년 대선에서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보다 무려 141만6060표를 더 얻었다. 2012년 대선에서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박근혜 새누리다 후보보다 20만3067표를 이겼다. 민주당 우위였던 서울이 2022년 대선에서 국민의힘으로 마음을 바꾼 건 그만큼 ‘문재인정부발 부동산 정책’에 대한 민심의 분노가 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여권 관계자는 19일 “부동산은 대한민국 가계 자산의 60%를 넘게 차지하기 때문에 모든 국민이 부동산 문제에 극도로 민감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정부가 이런 민감한 부동산 문제에 어설프게 접근했다가 정권마저 내놓는 결과를 초래했다. 여야 모두 조기 대선 표심을 공략한답시고 어설픈 부동산 정책을 꺼냈다가는 또 다시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