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우려·정국 불안 장기화에 환율 상승

2025-03-21 13:00:02 게재

달러지수 3.3%↓에도 원화 1.5%↑… 이중고로 약세

탄핵 선고일 미뤄지며 원달러 하향 안정화 전망 철회

한 달 전과 비교해 달러지수는 3.3% 떨어졌음에도 원달러환율은 1.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발 관세 우려와 함께 국내 정국 불안 장기화로 인한 이중고에 달러가 약세 흐름을 보이는데도 원달러 환율이 연일 상승하는 중이다. 환율 전문가들은 탄핵 선고 기일이 예상보다 더 미뤄지는 등 정국 불안이 장기화되면서 단기적으로 원달러 하향 안정화 전망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전일 대비 7.6원 상승한 1466.5원으로 출발한 뒤 장 초반 1467.5원을 찍으며 나흘째 오름세를 이어갔다.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오전 9시 23분 현재 전일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보다 7.6원 오른 1466.5원에서 거래 중이다. 주간 거래 기준으로 지난달 3일(주간 거래 고가 1,472.5원) 이후 한 달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은 전날 야간 거래에서 1470.5원까지 뛰기도 했다.

미국의 관세 부과와 글로벌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감이 다시 부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일(현지시간)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미국 관세 정책으로 인한 유럽의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가능성을 언급했다. 라가르드 ECB 총재는 유럽의회 경제통화위원회에 출석해 “미국이 유럽산 수입품에 25% 관세율을 적용하면 첫해 유로존 성장률이 0.3%p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유럽이 미국산 수입품 관세 인상으로 대응하면 감소 폭이 0.5%p로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연합(EU)의 보복관세와 미국 내 유럽산 수요 감소로 인한 유로화 가치 하락이 단기적으로 물가상승률을 약 0.5%p 끌어올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일보다 0.35% 오른 103.844 수준이다. 달러지수는 한 달 전인 2월 21일엔 107.29를 기록했다. 당시와 비교해 전일 달러지수는 3.3% 하락했다. 반면 원달러환율은 1445.3원에서 1.5% 상승했다.

국내 정국 불확실성도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5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의 변론을 종결한 후 거의 매일 평의를 열어 사건을 심리하고 있으나, 변론 종결 후 3주가 넘도록 선고일을 지정하지 못하고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탄핵 관련 불확실성 장기화가 원화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또한 “국내 정국 불안과 경기 부진에 따른 원화 고유의 약세 압력이 여전히 높게 유지되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시장의 예상보다 늦춰지면서 경계감이 높게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엔화 반등세도 살펴야 한다. 최근 달러인덱스 하락은 달러화의 하락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유로화와 엔화의 강한 반등이기도 하다. 위험 선호 강화로 신흥국 통화가 강하게 반등하기보다는 달러인덱스 구성국의 주요 통화를 중심으로 강세를 보이는 흐름임을 살펴봐야 한다.

한편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84.72원을 기록 중이다. 전일 오후 3시 30분 기준가인 984.45원보다 0.27원 상승했다. 엔달러 환율은 0.52% 오른 148.963엔이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김영숙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