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국면 수도권민심 가늠자 될까

2025-03-21 13:00:01 게재

서울 구로구청장 선거, 4파전 치열

보궐사유 만든 국민의힘은 불출마

보수후보 자유통일당 선전여부 관심

서울 구로구청장을 다시 뽑는 4.2 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20일 시작됐다. 탄핵국면에서 찬반 진영이 극명하게 갈린 가운데 내란사태 이후 서울 유권자 민심을 읽을 수 있는 가늠자가 될 지 관심을 모은다.

직전 문헌일 구청장이 사퇴하면서 보궐선거 사유가 발생했다. 보궐사유를 제공한 국민의힘이 후보를 내지 않으면서 진보진영에서만 후보 3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보수진영에서는 국민의힘 대신 자유통일당에서 후보를 냈다.

기호 1번 더불어민주당 장인홍 후보
기호 3번 조국혁신당 서상범 후보
기호 5번 진보당 최재희 후보
기호 6번 자유통일당 이강산 후보

◆야당후보간 지지율 분산 여부 관심 = 정치권에선 민주당 장인홍 후보가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구로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우세지역인데다 직전 국민의힘 소속 구청장의 중도사퇴로 빚어진 선거라는 이유에서다. 장 후보는 “민주당 후보 장인홍 보다 55년간 구로에서 살고 있는 ‘구로주민 장인홍’을 앞세우고 있다”면서 “우리 구로를 남 얘기 하기 전에 나부터 살고 싶은 지역으로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또다른 진보진영 후보들인 서상범 조국혁신당 후보와 진보당 최재희 후보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에 실망한 유권자들을 겨누고 있다. 서 후보는 문재인정부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냈으며 현 국회 윤석열대통령 탄핵소추위원 대리인을 맡고 있다. 지난 총선때 불었던 조국혁신당 돌풍을 구로에서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최 후보는 현 구로주민대회 공동조직위원을 역임 중이다. 주민 속에 깊이 파고들어 이변을 만들어 내겠다는 각오다. 진보당은 구로의 전통적 진보성향 유권자들을 결집해 두자리수 이상 득표를 목표로 삼고 있다.

이강산 자유통일당 후보는 젊은 보수를 내세운다. 35살 나이임에도 서울시의회 재선의원을 지냈으며 현 자유통일당 청년최고위원이기도 하다. 보궐사유를 제공해 후보를 내지 않은 국민의힘을 대신해 유일한 보수 후보로 도전장을 냈다. 진보진영 후보가 3명으로 갈린 상황에서 보수표 결집을 통해 민주당 텃밭을 바꿀 수 있다고 자신한다.

◆전통적 야당 우세지역이지만 = 구로는 호남 출향민이 많고 과거 수도권을 대표하는 구로공단이 있던 지역이어서 전통적으로 민주당 성향 유권자가 많은 곳으로 알려졌다. 현역 국회의원인 이인영 윤건영 의원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하지만 최근엔 지형 변화가 감지된다. 당장 직전 구청장만 해도 국민의힘이 당선됐다. ‘야당’ 텃밭이라는 개념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19일 만난 구로구 주민 박경래(가명·57)씨는 “구로는 민주당이 여당인 지역”이라며 “때때로 호남에서 민주당이 심판 받는 것처럼 구로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개봉동에서 17년째 식당을 하는 김 모씨는 “너무 발전이 더뎌 젊은이들이 많이 떠나는 동네가 됐다”며 “동네는 낙후됐는데 정치인만 잘 나간다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하지만 탄핵 국면이 선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다음달 2일은 헌재의 탄핵 판결이 나온 직후이거나 그 즈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 지형으로만 판세를 예측하는 건 바닥민심을 모르는 이야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각종 선거에서 지역 정치에 불고 있는 ‘우리 동네 일꾼론’이 밑바닥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 정가에 따르면 역대 구로구청장은 구로 주민이 선출된 경우가 한번도 없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여야를 떠나 본인의 출마를 위해 구로를 택한 것이지 구로에서 살고 구청장직을 끝낸 후에도 구로에 머무는 이들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구로구에선 최근 제중요양병원 장례식장 신설을 두고 주민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20만㎡에 달하는 신도림역 인근 정비사업도 지역 여론을 가를 주요 현안이다. 노후 저층주거지가 곳곳에 퍼져있는 주거환경 개선은 고질적인 과제다.

기존 재개발 재건축 사업 방식으로는 경제성이 나오지 않아 법 개정을 통한 새로운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변죽만 울리는 정비사업 계획이나 정치 바람에 편승한 무책임한 공약 남발이 아닌 실질적 지역발전을 이끌 비전을 제시해야 유권자들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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