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쫓기는 민주당, 장외 투쟁 전면화…12년 만에 천막당사
12일부터 국회~광화문 도보시위, 24일 광화문에 천막당사
헌재 윤 탄핵 선고 지연·이재명 선거법 2심 선고 ‘불안감’↑
정권 교체·탄핵 기대·차기 선호도 ‘탄탄 추세’와 대비 행보
더불어민주당이 24일 서울 광화문에 천막당사를 설치했다. 천막당사를 거점으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광장에서 국민과 싸우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국을 주도해 왔고,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한 기대, 차기 대선에서 정권교체 가능성이 50%를 넘는 상황(한국갤럽 데일리오피니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나온 배수진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이 미뤄지면서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2심 재판과 맞물린 변수가 커졌다. 당초 관측을 넘어선 초읽기 정국에 대한 부담감이 장외 여론전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24일 오전 광화문 천막당사에서 현판식과 최고위원회를 열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광화문에 천막당사를 설치·운영하며 헌재가 윤석열 파면을 선고할 때까지 광장에서 국민과 함께 싸우겠다”며 “광화문 천막 당사가 각종 의사결정 등 행동 거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장외에 천막 당사를 운영하는 것은 2013년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대표 이후 12년 만이다. 당시는 국가정보원 개혁을 요구하며 서울시청 앞에 천막 당사를 운영했었다. 민주당은 지난 12일부터 광화문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장으로 활용해 왔는데 24일부터는 천막을 ‘거점’으로 삼아 당을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천막당사 운영 기간에는 당내 주요 회의를 모두 광화문에서 열 예정이다. 12일부터 진행해 온 국회~광화문 도보 시위도 이어간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예상 밖으로 길어지고 있다는 점이 1차 원인이다. 시민단체와 야당이 함께 하는 장외집회와 1인 시위 등 장외투쟁이 길어지면서 국민적 피로감과 효용성 등을 놓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24일 한덕수 총리 탄핵심판 결정 후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결정 기일이 잡힐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자 당력을 집중해 장외 여론전을 펼쳐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22일 “헌법재판소가 침묵하는 사이, 국가적 위기가 증폭되고 극우세력들이 준동하고 국민들은 밤잠을 설치고 있다”면서 “당장, 25일, 내란 수괴 윤석열 파면을 선고해 달라”고 촉구했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 등은 23일 오후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는 이 이상 헌정 질서를 위협하지 말라”며 “모든 혼란과 추락과 파괴와 절망이 헌재의 선고 지연으로 가중되고 있다. 윤석열을 당장 파면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장외투쟁에 당력을 집중하는 한편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과 국회 전원위원회 소집도 추진한다. 전원위는 의원 전체가 모여 특정한 안건을 심의하는 제도로,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 요구로 소집할 수 있다. 헌재의 결정을 촉구하기 위한 정치적 행위인데 실제 효용성을 갖느냐는 의구심도 있다.
오히려 장외 투쟁에 대한 거부감을 키우거나 여당에게 빌미만 제공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 장외 투쟁에 대해 “오는 26일 이 대표 2심과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불리한 판결이 나오면 사법부 거부 운동을 하기 위한 빌드업”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안에서도 장외 강공책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한 재선의원은 “조속한 탄핵심판에 대한 염원과 의지는 이미 공감대가 형성됐고 (민주당이)국민들과 함께 하고 있다”면서 “더 강하게 나가야 한다는 식으로 몰아붙이는 것이 오히려 조급하게 보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여론조사에서는 탄핵 정국과 관련한 주요 지표가 수주째 비슷한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갤럽 정례조사(데일리오피니언)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기대와 차기 대선의 정권 교체 기대감 등은 50%를 넘는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지지성향이 크게 갈리는 진보·보수층 외에 중도층의 경우 다음 대선에서 여당 승리(29%)보다 야당 승리(57%) 쪽이 많으며, 이러한 경향은 지난 석 달간 한결같다. 또 대통령 탄핵심판과 관련해 탄핵 찬성 64%, 반대 26%다(18~20일 1003명. 가상번호 전화면접.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13.1%). 여야의 차기 주자에 대한 선호도에서도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4개월째 30%대를 웃돌고 있다. 여론조사 상으론 야당에게 절대 유리한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한 여론조사전문가는 “12.3 계엄사태 이후 여야의 결집에 따라 약간의 변동은 있으나 탄핵이나 차기 대선 구도 등에 대해선 여권에게 불리한 의견이 많다”면서 “여당이나 야당이 정치적 이벤트를 크게 한다고 해서 지지선이 크게 흔들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사정이 이런데 정치적 배수진에 가까운 장외 투쟁을 이어가는 민주당의 선택을 놓고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항소심 변수가 크게 작용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으로선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이 미뤄져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항소심이 먼저 열릴 가능성이 큰 상황이 정치적으로 부담이 됐다. 1심(징역 1년 집행유예 2년)과 같은 유죄 선고가 내려질 경우 윤 대통령 파면 결정이 내려진다고 해도 복잡한 경우의 수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상 독주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는 이 대표와 민주당으로선 새로운 변수 등장 자체가 반가울 리 없다. 현재의 여론조사가 그대로 이어져 차기 대선구도가 ‘이재명이냐 아니냐’ 경쟁으로 흘러갈 경우 악재가 될 수 있다. 이번 민주당이 장외투쟁 강도를 높이는 것을 민심에 따른 움직임보다는 정국현안을 의도대로 끌고가지 못하는 ‘초읽기 상황’에 따른 여론전으로 보는 시선이 적잖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